산업계, 전기료 인상에 “경영 부담 가중” 반발

산업계, 전기료 인상에 “경영 부담 가중” 반발

입력 2013-11-19 00:00
수정 2013-11-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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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시멘트·유화 등 전기 다소비업종 타격 우려세제·연구개발 등 정책지원 요청도

19일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6.4% 인상을 발표하자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고전해 온 산업계는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철강 등 기간산업과 제조업 등은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정부에 정책지원 등을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2000년 이후 14차례에 걸쳐 78.2%나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해 초 인상한 이후 또다시 6.4%나 인상한 것은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전기사용 비중이 높은 기간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자동차, 조선 등 관련 업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전경련은 “산업용, 주택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에 대한 논란이 많기 때문에 이날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용도별 원가이익회수율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철강협회도 “2011년 8월 이후 5차례 인상으로 전기요금이 33% 올라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며 “예상보다 높은 요금 인상으로 불황의 늪에 빠진 철강업계에 충격을 던졌다”고 업계의 의견을 전했다.

철강협회는 1% 요금 인상시 420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이번 인상만으로 2천688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또 철강산업 영업이익률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전기로업체는 흑자달성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철강협회는 요금인상 전후의 용도별 원가회수율 공개를 요청하는 한편 산업용의 경우 이번 인상으로 요금현실화를 넘어선만큼 요금 인상을 자제하고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세제 및 연구개발 등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시멘트업계도 인상 소식에 한숨을 지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7개 시멘트업체는 총 4천66억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26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가가 요동칠 요인이 많아 중장기적 흐름을 볼 때 실적이나 업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없고 악화할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전기 사용량이 많지 않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제품 원가가 올라가는 등 기업 경쟁력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 과소비 업종인 정유화학업계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는 작년 한해 6천4억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인상률 6.4%를 단순 적용하면 4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전기료를 올리는 대신 유류세를 내리는 등 전체적인 맥락에서 에너지 수급을 조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2차 에너지(전기)의 생산 단가가 1차 에너지인 석유보다 저렴한 것은 에너지 체계의 심각한 왜곡”이라면서 “전기료를 현실화하되 유류세를 낮춰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는 전기요금이 인상됐다고 해도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그만큼 제품 불량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반도체산업의 특성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출혈이 심하다”면서 “공장의 전력은 줄일 수 없는 만큼 사무실 등에서 최대한 절전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도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과 경쟁력 저하를 염려했다. 업종별로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 특히 사업 특성상 생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물업체들의 걱정이 컸다.

대광주공 류옥섭 대표는 “주물업은 용해과정에서 전기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원가의 15% 정도”라며 “요금이 오르면 원가도 오르지만, 업체들이 출혈 경쟁하는 상황에서 원가 인상분을 제품값에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이 영업손실로 직결되는 만큼 내년 경기가 좀 풀릴 때까지 인상을 연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기 요금 인상이 너무 잦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박주봉 부회장(대주중공업 회장)은 “전기요금이 너무 자주 올라 적응하기 어렵다”며 “지난번 요금인상이 원가에 미친 영향이 큰 상태에서 이번에도 올리면 큰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제조업은 전기요금이 1% 오르면 경쟁력이 1% 낮아진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전력사용이 집중되는 피크타임 사용 제한 등 전기 사용에 대한 통제라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전력에 편중된 에너지 수요를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전기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08년 공장 에너지효율화팀을 꾸려 전력 비중을 상당폭 줄이고 액화석유가스(LPG), 벙커C유 등으로 연료를 다변화하는 등 전기료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현재 전력난을 겪는 건 수요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면서 “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부담도 있지만 길게 보면 이 방향(전기료 인상)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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