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찾는 금융권 해외진출 진퇴양난

‘미래 먹거리’ 찾는 금융권 해외진출 진퇴양난

입력 2013-11-19 00:00
수정 2013-11-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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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막대한 투자 손실 등 국내 금융권의 해외 사업이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 해외영업의 수익성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내 성장성의 한계 때문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지만 현지 정착이 쉽지 않아 금융권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해외에 374개 현지 사무소와 법인, 지점 등을 갖추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의 해외 진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은행의 경우 현지 사무소 등 설립이 2011년 134개에서 올 9월 말 148개로 10% 증가했다. 보험사는 2011년 74개에서 올 9월 80개로 7% 늘었다. 은행의 경우 중국(17개), 베트남(16개), 홍콩(12개) 등 전체의 67.6%(100개)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금융권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과열 경쟁과 장기 저금리 기조로 국내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국내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81%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던 2009년 2분기 1.72%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국내은행 해외 영업점(지점·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억 8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감소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해외 영업이 쉽지 않은 것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외 진출국 금융당국이 자국 금융회사 보호를 위해 현지법인 설립 허가를 지연시키는 등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실적을 위해 영업하기 어려운 현지인보다는 해당 국가 진출 기업이나 유학생, 교민들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문제도 있다. 보수적인 영업 행태의 한계도 있다. 해외 지점에 근무했던 은행권 관계자는 “현지 금융당국과 국내 금감원 및 본사 등 3단계의 감독을 받는데 충당금 설정이나 BIS 비율 등 저마다 보는 기준이 제각각이라 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커 최대한 보수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발달된 예금보호제도 등을 밴치마킹 하기 원하고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은 신뢰의 문제인데 외국계 은행이 우리나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수익성을 찾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진출에 자신이 없는 상태로 금융당국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경우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해 자본력이나 유명세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글로벌 IB가 약한 부문,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 등의 강점을 키우는 전략 등을 먼저 설정한 후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11-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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