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한은 금통위 결과보다 류현진에 눈길

국민들, 한은 금통위 결과보다 류현진에 눈길

입력 2013-11-18 00:00
수정 2013-11-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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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과에 대한 국민들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의 가장 큰 월간 행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가 하반기 들어 점차 미디어의 주목을 못 받고 있다. 금리가 6개월 연속 동결되며 관심이 식은데다 이 틈을 타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금통위 날에 맞춰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금통위에 세간의 이목이 가장 쏠린 시기는 금리 인하를 놓고 3대 3 표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결 결정을 내린 지난 4월(11일)과, 김중수 총재가 금통위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금리를 내린 5월(9일)이었다.

당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금통위 직후 김중수 총재의 기자회견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금통위 당일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한국은행’ 관련 기사 수는 4월이 877건, 5월이 1천107건이나 됐다.

그러나 바로 6월(13일), 한은에 대한 관심은 수직 낙하했다. 금통위와 관련이 큰 채권시장 전문가들 역시 “차라리 같은 날 있는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를 보는 게 낫다”고 할 정도였다. 기사수도 581건으로 5월의 반 토막이 났다.

이때부터 금통위와 류현진의 악연이 시작됐다. 바로 7월 금통위(11일)에도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것이다. 경기시간도 총재의 기자회견과 일치했다. 시장에서는 “TV 하나는 무음으로 기자회견을, 다른 TV로 류현진의 경기를 본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8월은 다행히 류현진이 하루 늦게 출격해 금통위(8일)에 ‘볼넷’을 줬다. 그러나 9월(12일)은 잔인한 달이었다. 류현진이 다시 선발로 돌아와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을 던진데다, 세계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새 도전자로 등장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금통위 날 해외에서 자사 이코노미스트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고 한은 담당 기자들에게도 적극적인 참석 러브콜을 보냈다. 이날 금통위는 시장 예상대로 동결 결정을 내렸고, 기사수는 462건에 머물렀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행사는 성황리에 끝났다.

다행히 10월은 류현진도, 골드만삭스도 없었다. 한은 관련기사도 618건으로 다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는 한은이 같은 날 2014년도 경제전망을 함께 발표한 점도 반영됐다.

그러나 금통위 회의가 열렸던 11월 4일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세미나를 열고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일부 언론사들은 100% 동결이 예상되는 금통위에 투입할 인력을 일부 무디스 행사장으로 보냈다. 결국, 10월 잠시 반짝했던 한은 관련 기사수는 11월 다시 476건으로 줄었다.

한은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언론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통화정책은 미디어 노출과 같은 인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는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과 미디어 보도 분량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도 나와 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그 자체가 대중의 신뢰와 기대형성에 영향을 준다”며 “반대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수록 통화정책 수단은 제약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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