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점 이어 카자흐까지…KB 비리조사 확대

도쿄지점 이어 카자흐까지…KB 비리조사 확대

입력 2013-11-17 00:00
수정 2013-11-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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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해외진출, 비리·부실의 온상 우려

금융당국이 카자흐스탄을 직접 방문, 국민은행이 투자한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상황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은행권의 해외투자와 해외점포 운영 관행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어 사실상 한국 감독 당국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BCC 문제를 조준한 것은 당국이 해외에서 일어나는 국내은행의 비리와 부실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쿄지점 비리에 BCC 부실 의혹까지…난감한 국민銀

최근 도쿄지점이 거액의 부당대출을 바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은 데 이어 ‘해묵은’ 골칫거리인 BCC 문제마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민은행은 난감해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삼성증권의 2009년 홍콩법인 투자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대표적인 ‘실패한 딜’로 꼽히는 사업이다.

국민은행은 2008년 강정원 전 행장 시절 당시 카자흐스탄 6위(자산 기준) 은행이던 BCC의 지분 50.1%를 인수하려 했으나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보통주 29.6%와 전환 우선주 12.3% 등 41.9%의 지분을 9천392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세계적 금융위기와 현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 자산이 줄줄이 부실화하며 곧바로 3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국민은행은 2010년 어윤대 전(前) 회장 취임 직후 BCC에 대한 현장 실사를 단행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했다.

그러나 BCC는 이듬해 현지 감독 당국의 조사로 추가 부실이 드러나 대규모 충당금이 필요해졌고 국민은행에 ‘구조 요청’을 했다.

2011년 이후 BCC는 회계상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부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손실을 인식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국민은행 내부와 현지 금융권에서는 BCC가 부실을 과소계상했기 때문에 추가 부실이 줄줄이 발견될 수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지 금융당국이 최근 한국 감독 당국에 방문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런 추가 부실 발견과 경영정상화 논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BCC 투자는 여러 가지 의문이 많은 딜이었다”며 “1조원 가까이 투자하면서 실사도 한 달밖에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은행) 내부에서도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금융사 해외진출, 독(毒) 되지 않아야”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대형은행 등 금융사들은 해외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은행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점포 운영이나 해외투자가 각종 부실과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언론 보도 후 문제가 크다고 느꼈다”며 “국내에서는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리도 낮아지면서 대출 리베이트가 ‘옛날 일’이 돼버렸기 때문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감독 당국의 감시망이 체계적이고 촘촘하지 못한 아시아 지역 일부 국가에서 더 심하다.

미주지역의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미국은 당국이 자금 흐름을 어항 속 물고기 들여다보듯 한다”며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 대출을 대가로 한 뒷돈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법인은 현지 금융당국 관할인데 이곳 금융당국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기를 꺼려 한국 금융당국의 접근을 최대한 막는다”며 “감시의 손길이 소홀하면 국내(한국)에서 하기 어려운 일들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김석동 전(前) 금융위원장과 그리고리 마르첸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총재가 양국 간 금융감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실질적인 공조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현지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분위기이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며 “해외 진출을 단순히 독려하는 게 아니라 비리와 부실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지도·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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