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운영위 “공기업 기강 해이…관리강화 불가피”

공공기관운영위 “공기업 기강 해이…관리강화 불가피”

입력 2013-11-17 00:00
수정 2013-11-17 11:5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공공기관 운영의 키를 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위원들도 ‘관리 강화’에 대체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운위원들 사이에선 공공기관의 부채 급증이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동정 여론도 있지만 이미 부채가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고 일부에선 상당한 모럴해저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강경론이 힘을 얻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진행된 제10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민간위원 8명과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 등 정부위원 3명은 2013~2017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심의하면서 공공기관의 부채 관리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민간 측 공운위원 A씨는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부채가 정부 정책 추진에 기인한 경우도 많으므로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적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이나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 등에 투입된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MB 정부 첫해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14곳의 부채는 123조원에서 199조로 62%, 에너지 공기업 9곳은 69조원에서 130조원으로 87%, 자원개발 공기업 3곳은 7조4천억원에서 21조8천억원으로 195%나 늘었다.

A위원은 “발전 시설에 대한 투자부족으로 발생한 올해의 전력난 사례와 같이 공기업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나중에 국민 경제적으로 엄청난 추가부담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대표로 재직 중인 B위원은 “민간에서는 수익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고 상환 스케줄만 명확하다면 부채를 잘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경영방식”이라고 발언, 온건한 입장을 표명했다.

공공기관 부채 관리에 중립적이거나 다른 대안을 내는 등 실리적인 관점을 제시한 위원도 상당수 있었다.

C위원은 “부채관리도 중요하지만, 기관별 특성에 따라 부채의 개념이 다를 것이므로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D위원은 “부채의 절대액도 중요하지만, 증가율이나 부채의 성격, 부채비율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관리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위원은 “대규모 차입이나 관련 법령 개정 같은 경우에는 실명제와 같은 사전방지 시스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F위원은 “적정 부채규모의 판단기준으로서 비교 가능한 외국사례 등 벤치마킹 및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합리적인 논리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런 의견 속에서 G위원은 “부채 활용이 필수적인 기관도 있지만 모럴해저드에 기인한 기관도 많으므로 부채관리는 필요하다”고 발언, 강경한 부채 관리로 무게 중심을 선회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경우가 많지만 이에 편승해 여타 부분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커녕 인력·예산을 키우는 도덕적 해이가 상당 부분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상당수 공기업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은 와중에도 호화 사옥을 세우고 임직원에게 과도한 복리 후생 혜택을 제공한 사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드러나 비판을 사기도 했다.

H위원은 “누적 부채의 수준이 과도하므로 적어도 5년 정도는 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일부 특정기관에 부채가 집중되기 때문에 차별적인 대응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문제의식을 같이했다”며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관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는 말로 이날 회의를 마쳤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