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硏 20주년 컨퍼런스에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국제적인 ‘환율전쟁’의 가능성을 경고했다.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20주년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 도상국은 환율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많은 자본이 미국시장으로 (다시)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그간 미국의 자금유입을 받은 신흥국으로서는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올라가게 된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신흥국들이)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몇 년 전 (금융위기 당시) 세계가 겪었던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 이후에도 단기적으로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달러화의 역할은 지금처럼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경제가 장밋빛에 가까운 ‘시즌1’을 지나 좀 더 비관적인 ‘시즌2’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시즌1은 미국의 정부업무 부분축소(셧다운) 문제 해결·양적완화 축소 지연과 함께 유럽 경제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 미국의 노동시장 회복이 더디고 정부부채 상한선 문제가 남는 점 ▲ 중국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점 ▲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점차 떨어지는 점 등을 들어 “조금 더 어두운 시즌2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세는 일본 경제의 향방보다는 중국 내부의 정치적인 불안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크게 달려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 저성장이 계속되면 사회적 소요와 민주주의의 와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IMF를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실행조직으로 삼는 개혁 등 국제간 협력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국제경제·환율정책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한국 정부가 원화가치 상승을 막고자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기 위해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