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운영 외식업체, 국내산 육류 사용 외면

대기업 운영 외식업체, 국내산 육류 사용 외면

입력 2013-10-28 00:00
수정 2013-10-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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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우리의 맛’ 홍보해 놓고 브라질 닭·독일 돼지고기 등 육류 메뉴 대부분 수입육 써

경기 부천에 사는 주부 김미진(34)씨는 지난 주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식 음식점을 찾았다가 언짢은 경험을 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뷔페형 레스토랑이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최근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재료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보니 채소만 국내산이었다. 주 메뉴인 고기요리 대부분은 수입산 육류를 쓰고 있었다. 김씨는 “‘진짜 우리의 맛’을 낸다고 하고선 수입산 고기를 쓰는 건 꼼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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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형 음식점의 수입산 육류 사용 비중이 국내산 사용 비중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류의 맛을 전 세계에 전한다’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한식 전문점마저 국내산 식자재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은 6가지 고기 메뉴 가운데 4개에 수입육을 쓰고 있다. 가마 양념쇠고기(호주산), 가마 고추장 삼겹살(독일산), 흑임자 치킨(브라질산) 등에 수입산을 사용 중이다.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는 육류를 사용한 31가지 메뉴 가운데 20가지에 수입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사용한다. 갈비찜, 삼계죽 등 순수 국내육이 들어가는 메뉴는 6가지이고, 죽순떡갈비와 숯불돼지갈비 덮밥 등 5가지는 호주산 소고기와 칠레산 돼지고기 등을 국내산과 섞어 사용한다. 뷔페형 레스토랑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이랜드의 애슐리와 삼양사의 세븐스프링스도 주요 고기메뉴에 수입육을 쓰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육을 쓴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산 대신 수입산 냉동부분육을 쓸 경우 30% 이상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수급 안정화 차원에서도 수입산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계절밥상, 비비고는 메뉴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대부분 국내산으로 쓰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내산 육류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상생차원에서 대기업들이 국내산 육류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분기(9월 1일) 기준 국내 가축 사육 현황에 따르면 한·육우는 304만 3000마리로 적정 사육 마릿수인 250만 마리를 21.7% 웃돈다. 돼지는 1018만 8000마리로 적정 사육 마릿수(900만 마리)를 13.2% 초과했고, 육계는 6450만 5000마리로 적정 사육 마릿수(5400만 마리)를 19.5% 넘어섰다. 소비량에 비해 사육량이 많아 제값을 받기 어려운 데다 사료값 상승 등으로 사육 비용은 늘어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학교 급식업체, 대기업 식당들이 우리 농가를 돕고 국내산 육류 소비도 촉진하는 차원에서 국내산 육류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3-10-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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