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생케이블’로 엉터리 시험후 납품

신고리 3,4호기 ‘생케이블’로 엉터리 시험후 납품

입력 2013-10-17 00:00
수정 2013-10-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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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결과 위조가 아니라 시험조건 자체를 조작”

총연장 900㎞의 케이블 전량교체 결정이 내려진 원전 신고리 3,4호기에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이 문제의 케이블에 열노화(aging) 처리를 하지 않고 열풍기로 표면만 살짝 그을린 ‘생케이블’ 상태로 시험을 거쳐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케이블의 민간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는 LOCA(냉각재 상실사고) 시험 요구기준 가운데 온도·압력을 실험조건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JS전선은 2010년 1월 신고리 3,4호기에 공급할 전력·계장·제어케이블을 해외검증기관인 캐나다 R사로 보내 같은 해 3월 합격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JS전선이 실험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케이블을 검증기관에 맡겼다는 점이다.

원전에 쓰이는 케이블이 화재시험과 LOCA 시험을 거치려면 고열 등 가혹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온에서 열노화 처리를 하는 등 시험 전처리 조건을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JS전선은 전선 절연체·피복을 말릴 때 쓰는 대형 열풍기에 케이블 표면을 쪼여 마치 열노화 처리를 받은 것처럼 조작한 상태에서 해당 케이블을 시험기관에 의뢰했다.

또 새한티이피는 신고리 3,4호기 케이블의 LOCA 시험 요구기준을 조작해 2010년 7월 원전 설계·감리기관인 한국전력기술에 제출,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그해 8월부터 신고리 3,4호기에 문제의 케이블이 실제로 납품되기 시작했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경우 새한티이피가 시험의 결과인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이라면, 신고리 3,4호기의 경우에는 애초 시험조건 자체를 조작했기 때문에 그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6월 해외 시험기관의 원본을 확인해본 결과 시험결과는 위조되지 않았지만 LOCA 시험 요구기준(온도·압력)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JS전선은 신고리 3,4호기 전력·계장·제어케이블의 화재시험을 위해 사전에 방사선을 쪼이는 조사(照射)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실시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방사선을 쪼이면 케이블의 물성이 변하기 때문에 고열에 견디는지에 대한 시험 조건이 달라진다”며 “방사선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화재시험 역시 엉터리로 통과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신고리 3,4호기의 케이블이 재검증 결과 성능시험에 실패해 전량교체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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