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날씨 경영’ 시대

현대건설 ‘날씨 경영’ 시대

입력 2013-10-16 00:00
수정 2013-10-1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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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사현장에 국내 첫 기후정보 활용 시스템 가동

중동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시 공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예측할 수 없는 현지 날씨를 꼽았다. 무덥고 건조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때때로 불어오는 강풍에 타워크레인 작업이 중단되기 일쑤였고 때아닌 폭우에 작업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자연히 공사 기간은 발주처와의 계약상 기간보다 늘어났고 공사 비용 또한 만만찮게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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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공사 기후 조건 검토 시뮬레이터’를 시범 적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현장. 현대건설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공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공사 기후 조건 검토 시뮬레이터’를 시범 적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현장. 현대건설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공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이 관계자는 “현지 날씨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 있었다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기상 정보 시스템이 우리나라만큼 잘 갖춰진 나라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날씨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건설은 15일 전 세계 기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공사 기후 조건 검토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최근 지적재산권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외 공사 현장에서 날씨에 따른 공사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공기 단축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장기화된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국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기상 정보 수집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가 주를 이뤄 공사 수행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동 국가의 경우 폭염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는 폭우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이에 따라 공사 비용도 늘어나는 게 건설사들의 큰 고민거리다.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 ‘공사 기후 조건 검토 시뮬레이터’다. 이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기상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후 예측 결과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제공하는 위성 데이터를 취합해 해당 국가의 최근 3~5년간 기상 데이터베이스를 우선 구축하게 된다. 이후 해당 국가의 계절별 최고·최저 기온, 월별 강수·강우 일수, 최대 풍향·풍속 등 현장 공사 진행과 관련된 다양한 기상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운영과 관련된 조건을 입력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월별, 계절별 최대 작업 가능 일수는 물론 1일 최대 작업 시간 등이 산출된다. 현대건설은 이 시뮬레이터를 베네수엘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 4개국 5개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국외 건설 현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신규 진출 국가의 다양한 기후 조건에 대한 사전 검토와 기후 조건에 따른 공사 위험 요소들에 대한 예측이 보다 용이해졌다”면서 “향후에도 다양한 시스템 성능 개선을 통해 국외 공사 수행에 있어 위험 요소를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3-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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