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장애연금-유족연금 중복지급률 30%로 높여국무회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의결
정부는 일단 적어도 2018년까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전업주부 등 소득이 없는 기혼자라도 과거 국민연금 납부 경력이 있다면, 장애·유족 연금을 본인이나 가족이 받을 수 있게 된다. 노령(장애)연금과 유족연금 자격을 동시에 갖춘 경우 유족 연금의 20%만 주던 것을 30%까지 늘려 지급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의 경우 현 시점에서 올리지 않고 2018년 제4차 재정계산 때까지 사회적 합의기구를 운영, 국민연금 재정목표 등을 설정한 뒤 차후 인상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연금 제도 측면에서는 더욱 많은 국민이 노후소득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 적용제외’ 대상이 축소된다.
우선 과거 납부 경력이 있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기혼자를 ‘연금 가입자’로 인정해 장애가 나타나면 본인에게 장애연금을, 사망한 경우 가족 등에게 유족연금을 주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다수의 전업주부들처럼 현재 소득이 없는 기혼자의 경우, 납부 이력과 관계없이 ‘국민연금 적용제외자’로 분류돼 장애·유족연금 수급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미혼 상태인 납부경력 무소득자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과거 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지금은 소득이 없어 미납 상태라도 ‘납부예외자’로서 가입자 신분이 유지되고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납부경력이 있는 무소득 기혼자의 ‘가입자’ 신분이 되살아나면서, 소득활동 시기에 10년의 연금 수령조건을 채우지 못한 전업주부 등은 추가 납부도 가능해졌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따라 연간 6천명 정도가 추가로 장애 또는 유족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7월 제도 시행을 가정할 경우 2018년까지 이들에게 국민연금 기금이 지급할 돈은 모두 2천777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20%인 유족연금 중복지급률도 30%로 높아진다. 노령 또는 장애연금을 받는 가입자가 유족연금을 추가로 받게 되는 경우, 현재 원래 기대할 수 있는 유족연금 전액의 20%만 줬지만 앞으로는 30%를 주게된다.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 소득에 관계없이 나이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연금액을 깎는 제도도 개선된다.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소득이 193만원(국민연금 A값.올해 기준)을 넘고, 나이만 같다면, 경비원이건 재벌회장이건 같은 감액률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는 월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 3년간 소득월액 평균인 A값을 얼마나 초과하느냐에 따라 감액률을 차등하기로 했다.
출산과 군복무 등의 경우에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해당 가입자들이 보다 체감할 수 있도록 연금 수령 시점이 아닌 출산 또는 군복무 시점에 곧바로 크레디트을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출산 크레디트 제도는 연금 가입자가 2008년 이후 둘째이상 자녀를 출산한 경우, 출산 자녀 수에 따라 1년~50개월을 연금 가입기간에 덧붙여주는 방식이다. 병역의무를 6개월이상 수행해도 6개월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산정해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측면에서는 현재 국내 채권 등에 비해 포트폴리오상 비중이 낮은 해외자산과 대체투자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 주주대표 소송을 위한 절차·기준 등을 마련하고, 투자 기업의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직접 국민연금이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보고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지난 3월 발표된 제3차 국민연금 장기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짜였다. 당시 재정추계위원회는 기금 수지적자 발생 시점을 2044년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류근혁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으면 이 계획은 이달말까지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관련 법령 개정 등이 순조로울 경우 바뀌는 제도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