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위험군’ 재벌그룹 재무개선 압박 강화

채권단, ‘위험군’ 재벌그룹 재무개선 압박 강화

입력 2013-10-03 00:00
수정 2013-10-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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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동부·두산·한진·현대·코오롱 등 계열사 거론주요 건설사도 회사채·CP 대거 만기에 우려 증폭

‘동양사태’를 계기로 주요 재벌그룹의 채권단이 재무상태 개선에 고삐를 죈다.

해당 그룹의 반박에도 시장에선 동부·한진·두산·현대·코오롱 등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주채무계열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재무구조 개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유동성 확보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주력 계열사의 부채가 급증했거나 실적이 급락한 그룹이 주요 대상이다. 증권가와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동부그룹, 두산그룹, 한진그룹, 현대그룹, 코오롱그룹 등의 일부 계열사에서 재무상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비우량 등급으로 강등된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이 500%에 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차입금 7천800억원을 막아야 한다. 동부제철의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동양처럼 위기가 다가오면 막연한 불안감에 금융계열사(동부화재·동부증권)의 보험계약 해지나 펀드런 등 시장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한진그룹은 주력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1,088%, 차입금의존도가 66%에 달하는 데다 기종 교체 등으로 대규모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 부채비율 775%, 차입금의존도 77%인 한진해운도 영업적자에 자본마저 까먹고 있다.

두산그룹은 밥캣 등 덩치 큰 해외 중공업체를 인수하고 두산건설 등 실적이 나쁜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대규모 자금을 끌어다 쓴 게 부담이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00%에서 6월 말 371%로 치솟았다.

현대그룹에서는 한진해운과 마찬가지로 해운업 불황에 따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895%에 달한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려고 금융당국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을 신청했을 정도다.

코오롱그룹은 건설업이 주력인 코오롱글로벌의 금융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공사 미수금이 쌓이는 게 문제로 거론된다. 지주사 ㈜코오롱도 계열사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나 부채비율이 322%, 차입금의존도가 39%다.

한 채권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STX그룹 같은 사례가 앞으로 줄줄이 나올 수 있다”며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시장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문제될 소지가 있는 그룹을 압박하고 있다”며 “저마다 ‘아킬레스건’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위험군’으로 분류된 그룹들은 시장에서 회자하는 우려를 일축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건설은 당진화력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동자동 빌딩 매각 등을 추진해 연내 4천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면 차입금을 막는 데 충분하다”며 “기본적으로 동부는 동양과 크기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건설 계열사 사정이 안 좋은 것은 다른 건설사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미분양 부담을 털어내고 사업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룹의 덩치만으로 안정성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단기 차입에 많이 의존하는 건설사들의 경우 상위 27개사의 회사채 4조8천억원어치가 내년에 만기를 맞는다. 10개 주요 건설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도 내년에 3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나 두산 등은 자금조달 일정을 길게 가져가는 데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동양과 비교할 만큼은 아직 아니다”고 평가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부장은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면 동양처럼 불과 1천억원을 막지 못해 한순간에 쓰러질 수 있다”며 “금액이 많고 적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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