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현대百 부진에 울상…재계 “부담스럽다”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발표에 그룹별로도 명암이 엇갈렸다.삼성그룹과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은 웃은 반면 CJ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씁쓸한 성적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은 그저 그런 성적에 그쳤다.
대체로 전자, IT통신, 조선, 화학을 주력으로 한 대기업 그룹은 높은 평점을 받은 반면 건설과 유통 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들은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는 업황 특성이 반영돼 평점이 낮았다.
◇ 엇갈린 그룹별 성적…삼성·SK 웃고, CJ·현대百 울고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반성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계열사가 많았다.
지난해 평가대상 9개사 가운데 삼성물산, 삼성테크윈을 제외한 7개사가 우수 및 양호 기업이었고 올해도 11개사중 ‘보통’ 등급인 제일모직을 제외한 10개사가 모두 우수 및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중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2년 연속 최상위인 우수 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개 계열사가 우수 2곳, 양호 4곳, 보통 1곳 등급을 받았으나 올해는 8개사중 우수 등급 계열사가 한곳도 없이 양호 6곳, 보통 2곳으로 퇴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우수’였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두 ‘양호’ 등급으로 미끄러졌고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로템은 ‘양호’ 등급을, 현대건설은 ‘보통’ 등급을 유지했다.
SK그룹은 약진했다. 조사대상인 5개 계열사 가운데 SK텔레콤, SK종합화학, SK C&C 등 3개사가 ‘우수’ 등급을, SK건설과 SK하이닉스도 ‘양호’ 등급을 받았다. 그룹 단위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SK측은 평가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SK종합화학과 SK건설이 ‘양호’ 등급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보통’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질적, 양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LG그룹은 평가대상인 6개 계열사중 3곳의 등급이 한단계씩 좋아지긴 했지만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이 2년째 없었다.
지난해 낙제 점수를 받았던 LG유플러스가 올해 ‘보통’ 등급을 받았고 LG이노텍과 LG CNS가 ‘보통’에서 ‘양호’로 나아졌다. 올해 평가대상으로 편입된 LG생활건강은 ‘보통’이었다.
롯데그룹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양호’를 받은 롯데쇼핑은 부문별로 롯데마트 ‘양호’, 롯데백화점 ‘보통’, 롯데홈쇼핑 ‘보통’으로 분산 약화됐고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도 ‘보통’의 성적을 받아쥐었다.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적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지난해 최하위 ‘개선’이었던 현대미포조선이 최상위 ‘우수’로 올라서고 ‘보통’이었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우수’, ‘양호’로 올라서는 등 1∼2단계씩 급격히 좋아졌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모두 최하 등급인 ‘개선’을 받아쥐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홍역을 치르는 CJ그룹은 동반성장에서도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새롭게 평가 대상에 편입된 CJ오쇼핑이 ‘개선’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CJ제일제당도 ‘보통’ 등급을 받아쥐었다.
GS그룹이나 신세계그룹도 동반성장 측면에선 ‘그저 그런’ 평점을 받았다.
◇ 유통은 올해도 ‘꼴찌’…”지수 개선 모델 필요”
올해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업종별 특색이 반영되는 측면이 강했다.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CJ오쇼핑 등 개선 등급을 받은 8개 업체중 4개사가 유통 업종이었고 대우건설, 두산건설, 동부건설, 현대건설 등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평균 이하인 ‘보통’ 등급을 받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체감도가 크고 협력사가 많은 건설과 유통 업종이 동반성장지수가 크게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룹별, 업종별 특성이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으로 재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하위로 밀렸던 IT업종의 동반성장 평가결과는 올해 대폭 상향됐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 협력업체를 위한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 그룹 단위의 동반성장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SK그룹은 지난해 연구개발(R&D) 분야 85억원, 생산성향상 지원 122억원을 포함해 협력업체들에 모두 731억을 지원했으며 동반성장펀드를 3천500억 규모로 확대하고 동반성장 사모투자펀드(PEF)도 1천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삼성그룹도 협력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매년 3월 경영진이 삼성전자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 대표들이 모여 동반 성장의 의지를 다지는 ‘동반성장데이’를 열고 10월에는 한해 동안 동반성장 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동반성장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기업은 동반성장지수 발표에 억울하다거나 부담스럽다는 반응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양금승 소장은 “하위기업까지 서열화한 동반성장지수 발표방식을 놓고 대기업들이 굉장한 부담을 갖고 있다”며 “전면적인 지수 평가보다는 자발적으로 동반성장을 확산시킬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기업간 점수 차이가 조금밖에 나지 않아도 등급으로 나눠놓으니 기업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협력회사의 숫자나 업종의 특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하위인 개선등급을 받은 CJ오쇼핑과 홈플러스는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등급 산정 기준이 ‘금액’에 너무 집중돼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액 지원이 아닌 상생활동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등급이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수와 양호 등급을 오가는 정도이지 크게 퇴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현대차의 협력사 상생 노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나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며 “그러나 이를 중소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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