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채권단, 당국에 ‘손실보전·면책요구’ 논란

STX 채권단, 당국에 ‘손실보전·면책요구’ 논란

입력 2013-05-22 00:00
수정 2013-05-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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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 실사 부정적 관측…팬오션 인수도 난항

STX그룹 채권단이 구조조정 결과로 떠안을 손실에 대한 보전이나 면책 보장을 당국에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부정적인 관측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 지원을 독려하는 당국에 ‘항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최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STX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 회장이 여러 자리에서 당국자들에 ‘불가피하게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하거나 면책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매우 큰 STX그룹 지원에 나서려면 나중에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채권단이 올해 STX그룹과 관련해 쏟아부어야 할 돈은 신규 운영자금, 충당금 적립, 만기 도래 회사채 지원 등으로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회장은 최근 일부 산은 임직원에게도 이런 점을 언급하면서 “STX 때문에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국가 경제 위기’를 이유로 등을 떠미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 나중에 ‘접시가 깨졌다’고 벌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의 ‘묵시적 방침’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지만, 나중에 불거질 수 있는 대기업 특혜 논란이나 감사원 감사 등에서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채권단에 대한 손실보전 단서를 붙이거나 면책을 보장하는 것은 무척 생소하지만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과거 ‘카드사태’ 때 대규모 부실이 생긴 LG카드의 구조조정을 추진한 채권단은 추가손실 보전과 임직원 면책을 공문으로 약속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기될 수는 있지만,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않은 만큼 따로 대응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그룹 구조조정은 어디까지나 채권단 자율로 진행되고 있다”며 “당국의 부당한 개입은 자칫 통상 마찰 소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사이에서도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손실보전이나 면책을 받으면 든든한 안전판이 되겠지만, 당국이 그렇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TX그룹을 두고 채권단 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데는 계열사 구조조정이 좀처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는 이 회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물량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이 선박 수주 계약에 끊어주는 RG가 부족하면 STX조선해양은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채권단의 지원금 회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STX팬오션은 산은의 인수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 회사에 대한 예비실사 결과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해 ‘인수 불가’라는 잠정 결론까지 내려진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적 악화에 직면한 마당에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STX그룹 지원을 달가워하는 채권은행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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