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금개구리 서식지에 슬그머니 삽질 시작한 LH

멸종위기 금개구리 서식지에 슬그머니 삽질 시작한 LH

입력 2013-04-23 00:00
수정 2013-04-2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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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로·양수장 철거… 참여연대 “보존대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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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정부세종청사 인근 장남평에 세워놓은 금개구리 서식지라는 간판.
LH가 정부세종청사 인근 장남평에 세워놓은 금개구리 서식지라는 간판.


지난해까지 논에 물을 대던 배수로가 파헤쳐져 있다. 배수로 철거로 습지환경이 점차 메말라 금개구리가 서식처를 잃을 위험에 빠져 있다.
지난해까지 논에 물을 대던 배수로가 파헤쳐져 있다. 배수로 철거로 습지환경이 점차 메말라 금개구리가 서식처를 잃을 위험에 빠져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 장남평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금개구리 서식처에서 최근 건설 공사를 강행해 논란이다.

LH가 공사를 재개하려면 멸종위기종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해 반발이 커졌다. 유관 기관들 역시 손을 놓고 있다.

22일 LH와 농어촌공사,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세종시 장남평 일대 200만㎡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국립수목원과 주거지역 등의 건설 공사가 진행되던 곳이다. 2011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공사 재개는 오는 11월 녹색사회연구소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지난 21일 참여연대와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등 지역 시민단체가 장남평을 찾아 현지조사를 한 결과 일부 공사를 재개한 흔적이 발견됐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배수로를 제거하는 등 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인 것이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금개구리는 논과 같은 습지에 사는 생물로 물 공급이 끊기면 살 수 없다”면서 “최근에도 이런 사례가 발견돼 LH에 항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설명했다. LH는 외곽 순환도로 기초 공사와 중앙호수공원 진입로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모두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LH는 환경단체의 동의 하에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월 금강에서 장남평으로 물을 공급하던 연기면 양화리 양수장이 철거된 것이다. LH가 금개구리 서식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공사를 중단한다는 구두 약속을 했던 지난해 8월 이후 벌어졌다. 임산 LH 세종사업본부 사업관리처 차장은 “양수장 철거는 한국농어촌공사 소관이며, 배수로도 우리가 지시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설물 이전 보상 계약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이를 반박한다. 서재남 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 차장은 “양수장을 LH에 팔았기 때문에 철거 권한이 없다”면서 “농어촌공사는 물을 대고 빠지게 하는 것이 목적인 기관인데 양수장을 없앨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는 2016년까지 혹은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11월까지만이라도 이 땅을 농지로 쓸 수 있도록 임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행복청 등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시민단체들은 ‘LH와 유관 기관들이 공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등이 23일 장남평 습지 물공급 실태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에 나서는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다.

임비호 푸른세종 사무처장은 “최근엔 논도 생태보전구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면서 “10년 전 수립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에 매몰되지 말고 새롭게 도시 개발 청사진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남평은 원수산·전월산·금강으로 둘러싸여 수시로 고라니가 내려와 뛰놀고 해마다 철새 2만여 마리가 찾는 곳”이라면서 “이 일대를 보존해야 금개구리와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번 ‘금개구리 사태’처럼 중간에 생겨난 환경문제를 협의·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시민·전문가들로 구성된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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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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