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의 눈물

수출효자의 눈물

입력 2013-04-20 00:00
수정 2013-04-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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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공습’에 파프리카 日 수출가 작년 4만원→ 2만원

농가에 고소득을 안겨주던 ‘황금작물’ 파프리카가 ‘엔저 공습’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농가의 한숨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오렌지색(주황) 파프리카 한 상자(5㎏) 가격은 2만 830원이다. 1년 전(3만 2589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가까이(43.5%) 났다. 하루 전(2만 1790원)보다도 4.4% 떨어졌다. 빨강 파프리카와 노랑 파프리카도 최근 1년 새 각각 51.4%, 39.4% 하락했다.

파프리카는 지난해 88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전체 과일·채소류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다(58.7%). 수출 효자 품목이 ‘황금 눈물’을 흘리게 된 데는 일본 정부의 공격적 돈 풀기에 따른 엔화가치 약세가 결정타였다. 지난 18일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42.92원으로 1년 전(1321.85원)보다 13.5% 떨어졌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관은 “엔저로 인해 수출물량이 국내 시장에 풀리면서 파프리카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파프리카 한 상자의 일본 수출가는 2만 1000원 정도다. 1년 전 일본 판매가가 4만원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앉은 자리에서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가들이 수출 대신 내수 판매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청룡 농협중앙회 청과사업단장은 “입맛 서구화로 파프리카 수요가 늘고 있고 생산량도 별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엔저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올 1~3월 파프리카 일본 수출량은 3797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18만t)보다 7.8% 줄었다. 이 기간 수출액(2370만 달러→2190만 달러)은 더 큰 폭(7.8%)으로 감소했다. 220만t 정도가 내수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남 화순에서 13년째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문형량(52)씨는 “작년에 3000엔 이상 받던 한 상자를 어제(18일)는 1500엔에 넘겼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파프리카 가격마저 내려가 시세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파프리카 수출 시장을 호주·타이완·홍콩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량의 99.9%가 일본으로 나갔다. 강원도 횡성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이모(37)씨는 “대형마트들이 막강한 구매력과 유통력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것도 (파프리카 농가의) 시름을 키우는 한 요인”이라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수출 지원책과 대기업의 상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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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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