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올 약속 지킬까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을 비롯한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채용 계획을 취합해 공개하면서 이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투자·채용 계획이 아무리 거창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할 만한 경기훈풍은 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산업부는 민·관합동 투자·고용협의회를 구성해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포럼에서 “규제 완화 건의 사항은 확실히 (처리)할 것이니 투자·고용계획 이행은 확실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시로 투자·채용 계획 이행 여부를 꼼꼼히 챙겨 100% 달성을 이끌겠다는 장관의 엄포다.
하지만 실제 투자·고용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30대 그룹은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15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 실적은 138조 2000억원에 그쳤다. 삼성·현대차 등 10대 그룹 역시 121조 5140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5조 3936억원을 덜 투자했다.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지난해 초만 해도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이 계속되면서 집행을 미루거나 중단했기 때문이다.
A그룹 고위관계자는 “연초에 발표하는 투자·고용 계획은 전년도 하반기에 전망한 근거를 토대로 만든 것이어서 이를 100% 지키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다 보니 수치가 약간 과장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리 소홀에도 책임이 있다. 연초에는 30대 그룹의 공격적인 투자·고용을 압박하지만, 연말에 이를 실제로 달성했는지는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솔직한 설명이다.
B그룹 고위관계자는 “어차피 정부가 실제 투자 이행 여부는 면밀히 따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없는 해에도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곳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만큼 경제를 살리고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이렇게라도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의 몸사리기식 경영이 이어지면 내수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투자 금액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투자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기업이 많은 돈을 투자해도 대부분 해외에 공장과 설비를 짓는 데 쓰인다면 결국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투자의 내용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4-0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