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뚝심 경영’ 엔저파고 넘나

정몽구 회장의 ‘뚝심 경영’ 엔저파고 넘나

입력 2013-03-19 00:00
수정 2013-03-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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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제값받기로 수익성 향상 ‘또 한번의 승부수’ …日업체들 공격마케팅 맞서 점유율 제고 여부 관심

고비 때마다 ‘뚝심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원고-엔저’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차량 가격을 올리며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과 독일 업체보다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과 ‘원고(高)’ 등 환율 악재에 따른 수익성 우려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1, 2월 미국에서 현대차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 가격인상에 따른 것 아니냐며 우려도 없지 않지만 제값 받기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동기와 같은 4.4%, 기아차는 전년 동기보다 0.44% 포인트 감소한 3.5%였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동기 8.4%에서 7.9%로 0.5% 포인트 감소했다. 또 지난 1월에도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7%에서 4.2%로 0.5% 포인트 떨어졌고 기아차는 3.9%에서 3.5%로 0.4% 포인트 내려갔다.

하지만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2월 미국 시장에서 팔린 현대·기아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2만 2549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미국 시장에서 엔저 등의 영향으로 판매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현대·기아차는 ‘차량 가격 평균 10% 인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2014년형 쏘렌토의 현지 판매가를 2만 4100~3만 9700달러로 책정했다. 950~6300달러가 올랐다. 또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도 기존 2012년형 2만 5850달러에서 최대 4700달러가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량 가격을 올리는 것은 외적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대신 서비스 고급화와 다양한 판촉 마케팅 등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내실 경영을 이룬다는 역발상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뚝심 경영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회장의 역발상 전략은 현대차그룹이 어려움을 넘는 데 큰 힘이 됐다. 주변 측근의 만류도 물리치고 중국 공장을 지으며 중국 공략에 나선 것과 2008년 선보인 차량 구매 후 1년 이내 실직자 차량 무상 반납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 등은 유명한 일화다. 기아차 관계자는 “1~2월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은 차량 가격 인상보다 신차 등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다음 달부터 싼타페 롱바디와 K3 등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며 점유율과 수익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엔저를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시기에 현대·기아차가 가격을 올리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면서 “제값 받기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차 발표와 서비스 향상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3-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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