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자신의 임기도 불투명한데… 이팔성 회장 ‘인사청탁과 전쟁’ 왜?

[경제 프리즘] 자신의 임기도 불투명한데… 이팔성 회장 ‘인사청탁과 전쟁’ 왜?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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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임직원들에게 이례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인사청탁 및 줄대기 관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대거 물갈이’ 예고 발언으로 자신의 임기조차 불안한 이 회장이 왜 이런 전쟁에 나섰을까.

이 회장은 편지에서 “엄중한 시기에 계열사 일부 임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는 소홀히 하면서 인사청탁과 줄대기에 여념이 없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청탁 등에 의존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를 한 임직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인사카드에 기록, 유지해 특별관리하고 필요 시 개인신상을 공개하는 등 불이익을 받게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향한 ‘쓴소리’라고 하더라도 비판수위가 상당히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공공기관장을) 임명토록 하겠다”며 물갈이를 예고한 바로 다음 날 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다. 임기는 내년 3월이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체 가능성이 큰 공공기관장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됐다. 이 회장이 강도 높은 경고성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날림으로써 우리금융의 기강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일축한 뒤 “혼탁한 모습이 감지되는 데도 CEO(최고경영자)가 가만히 있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판단해 일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태생적 한계상 정치권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와 카드 대란을 겪으면서 부실화돼 12조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2010년부터 민영화를 본격 추진했지만 세 차례나 무산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정치권이나 정부 쪽으로의 인사청탁이 만연해져 인사철만 되면 뒷말이 무성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03-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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