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탈세 성역’ 또다시 유지…과세원칙은 확정

종교인 ‘탈세 성역’ 또다시 유지…과세원칙은 확정

입력 2013-01-17 00:00
수정 2013-01-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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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 내용 확정하도록 노력”

정부가 공평과세를 위해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매기려던 계획이 유보됐다.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7일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됐다”며 “다만, 소규모 종교시설은 납세 인프라 준비가 필요하고, 과세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조금 더 협의를 거쳐 공감대를 이뤄야 할 사항이 남아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최근 종교계의 자발적인 납세 움직임을 환영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움직임이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참여정부 때 시작한 종교인 과세는 또다시 흐지부지될 처지에 놓였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국세청은 옛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가 가능한지 질의했고 재경부는 과세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는 머잖아 이 문제를 서랍 속에 넣어둬야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가 반발하는 등 여건이 나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5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작년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에는 발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박 장관은 “현행법상 종교인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자발적으로 낸 종교인의 납세분을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충당하려면 명분 없는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고,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올려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 추진에 속도를 더했다.

작년 세법개정안 발표 이전에 정부와 종교계 인사들과 서너 차례 협상했고, 종교계가 과세 자체에 거부할 수 없는 사회 여론도 조성됐다.

급기야 기재부는 지난 8일 종교인 과세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백운찬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인단체들은 대부분 과세에 긍정이다”고 소개했다.

종교계에서는 우호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16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불교계는) 과세를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진보적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15일 “하루빨리 목회자 납세 문제가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견해를 보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2012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과세 기술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년간 종교인 과세방법을 고심했고 최근에는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분류하기로 내부 방침을 검토해온 정황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막판 결정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백운찬 실장은 청와대의 반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도 과세방법, 인프라 구축, 과세시기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그래서 연기됐다”며 “인수위 업무보고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종교인이 과세대상인지, 종교인의 급여체계 등이 관리돼야 한다는 부언도 했다.

과세방식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선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로 보고, 일부에선 (종교활동이) 봉사이므로 근로가 아니라고 본다”며 “외국사례를 참조하고 종교인 단체와 협의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세법 시행령 발표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여전히 ‘성역’에 갇힌 채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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