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물류기업 새해 보폭 넓히나

재벌家 물류기업 새해 보폭 넓히나

입력 2013-01-14 00:00
수정 2013-01-1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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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해외 물류사업 확대…현대글로비스, 원유운송 진출

재벌그룹 계열 물류기업들이 새해 들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의 행보에 물류·해운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과 시스템 선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삼성SDS·현대글로비스 ‘새해 광폭행보’ = 1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해 시작한 해외 물류IT 사업을 올해 중남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자체 물류 플랫폼인 ‘첼로(CELLO)’ 시스템을 개발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현지 운송·보관 업체들과 연계한 종합 물류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화물을 옮기는 것은 아니고 입찰·비딩, 모니터링, 고객사 컨설팅 등의 통합물류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제 운송은 아웃소싱하는 개념”이라며 “중국, 동남아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중남미 지역으로 확장한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국내에서는 직접 물류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지만 삼성 계열사 외에 두산과 포스코 등 다른 그룹으로도 첼로 시스템을 ‘수출’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천억원을 들여 첼로를 개발한 삼성SDS는 이 플랫폼의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글로비스는 ‘본업’이었던 자동차 운송 외에 해상운송과 3자물류(제조기업이 독립된 외부 전문기업에 물류를 외주하는 형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28일 현대오일뱅크와 1조1천억원대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초대형유조선을 발주하는 등 원유 운송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그동안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제품이나 현대제철의 철강 제품을 주로 운송해왔지만 이제는 그룹 외부의 다양한 화물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글로비스는 또 작년 말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이 발주한 유연탄 장기수송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해운법 위반 논란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동종업계 “몰아주기 우려…상생 어긋나” = 이와 같은 재벌그룹 물류 관련 기업들의 최근 행보에 대해 물류·해운업계에서는 경제민주화 추세에 역행할 염려가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삼성SDS의 해외 물류 사업은 대부분 계열사인 삼성전자 제품 위주로 운영 중이고, 글로비스는 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그룹)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같은 범 현대가(家)라는 사실상의 특수 관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조선을 운항해본 적이 없는 글로비스가 현대오일뱅크의 물량을 넘겨받은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비스는 이미 현대차그룹 물량을 기반으로 지난해 1~3분기 매출 기준 현대상선을 추월해 해운업계 2위까지 올라선 상황이어서 다른 해운선사들과 순수 3자물류 기업들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SDS에 대해서도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아직 물류 분야에 진출한 지 얼마 안됐지만 앞으로 계열사의 해외 물류를 거의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독립적인 3자물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데 이런 정책이나 다른 기업들과의 상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이재균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가 97.1%, 삼성그룹의 삼성전자로지텍이 92.9%, LG그룹의 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가 91.3%,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가 86.8%로 각각 집계됐다.

◇”해외시장 개척에는 도움…불공정 행위는 감시해야” = 하지만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의 사업 확장을 반드시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내 물류에 한해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독점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진출하지 못한 해외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교통연구원 서상범 종합물류기업인증센터장은 “대기업의 물류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해외시장에서 우리가 스스로 물류를 담당해 해외물류 독립성을 갖춘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비스와 같은 대기업 물류회사가 계열사 수출 물량을 기반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현지 기업의 화물까지 처리하는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LG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범한판토스가 100여곳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점차 일본이나 대만 등 외국 기업의 화물 비중을 늘린 결과 2011년 기준 비(非) LG 물량이 40%까지 올라왔다는 점이 그 사례다.

또 물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첨단 IT 시스템이 필수적인데 삼성SDS가 첼로를 통해 우리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서 센터장은 전했다.

그는 “글로벌 물류산업을 육성하려면 CJ대한통운이나 한진 등 3자물류기업과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특정 분야에 강점을 지닌 대기업 물류회사가 나란히 해외시장에서 성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물류 시장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물량 몰아주기, 재하청 작업 등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한 단속을 벌여야 한다고 서 센터장은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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