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계 외화채권(한국물) 발행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자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은행, 공사들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눈을 돌렸다.
작년 8~9월 국제신용평가 3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자 한국물 발행은 더욱 늘었다. 조달금리도 꾸준히 낮아졌다.
지난해 최대 풍년을 맞은 한국물의 인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4년 대규모로 몰린 만기 문제를 조율하지 않으면 발행금리 급등 등의 불안 요인을 불러올 수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
◇ 한국물 사상 최대의 ‘풍년’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물 발행 액수는 391억달러(약 41조6천억원)로 역대 최대였다. 2011년 297억달러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외화 조달이 필요한 한국 기업과 은행들은 어두운 전망 속에 새해를 맞았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외화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한국물 발행을 통한 외화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작년 1월부터 한국수출입은행이 22억5천만달러 규모의 대규모 한국물을 발행한 데 이어 4월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5년 만기 한국물 중 가장 낮은 액면금리(1.75%)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작년 6월에 산업은행은 최초로 공모방식의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표시 채권) 10억위안어치를 발행했고, 9월에는 같은 조건의 채권을 재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10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만기가 없는 채권인 ‘영구채(Perpetual Bond)’ 발행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외화표시 영구채권 5억달러를 3.328%의 금리에 발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조정실장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기업이 외화를 조달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한국물 발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물을 매수하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권고도 급증했다.
한국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본, 중국보다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표시 외화채권 수익률이 원화표시 채권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화표시 채권 수익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수인 ‘한국자산평가 채권지수’는 지난해 1월3일 192.24에서 올해 1월4일 203.48로 5.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표시 채권 수익률을 나타내는 ‘JP모건 토털리턴 코리아 인덱스’는 141.58에서 155.07로 9.53% 증가했다.
동양증권 이학승 연구원은 “달러표시 외화채권 수익률이 더 좋았던 이유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글로벌 유동성 개선, 달러 벤치마킹 금리 하락 등에 힘입어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평채가산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 채권의 수익률로, 미국 재무부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로 표기되며 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낮아진다.
◇ 한국물 발행, 올해보다 내년이 문제
올해에도 한국물에 대한 수요는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돼 유럽계 투자자 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있고, 아직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풍년은 어렵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올해 만기도래액 자체가 작년보다 60억달러 이상 줄어 발행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
올해 한국물의 만기규모는 204억달러로 추정된다. 작년의 269억달러보다 24% 줄었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화채 시장이 악화되면서 5년물 발행이 급감한 탓이다.
전체 만기도래액 중 1~7월 도래액이 151억, 8~12월이 53억으로 8월부터 만기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미국 국채와의 금리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는 완만하게 하락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스프레드가 좁혀지면 은행, 기업들의 외화 조달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
국제금융센터 윤인구 연구원은 “지난해 말 스프레드 축소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만큼 추가적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앞으로는 한국물의 금리를 평가할 때 단순히 국내 차입자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비교 대상을 유사 신용등급의 주요국 은행, 기업들로 삼아야 한다”며 “이들과 조달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한국물의 대규모 만기도래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14년 한국계 외화채권 만기도래 추정액은 288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다.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면 한국물 발행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차입시기와 한국물 만기 등을 결정할 때 내년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내년 만기도래분에 대한 선제 조달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자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은행, 공사들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눈을 돌렸다.
작년 8~9월 국제신용평가 3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자 한국물 발행은 더욱 늘었다. 조달금리도 꾸준히 낮아졌다.
지난해 최대 풍년을 맞은 한국물의 인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4년 대규모로 몰린 만기 문제를 조율하지 않으면 발행금리 급등 등의 불안 요인을 불러올 수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
◇ 한국물 사상 최대의 ‘풍년’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물 발행 액수는 391억달러(약 41조6천억원)로 역대 최대였다. 2011년 297억달러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외화 조달이 필요한 한국 기업과 은행들은 어두운 전망 속에 새해를 맞았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외화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한국물 발행을 통한 외화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작년 1월부터 한국수출입은행이 22억5천만달러 규모의 대규모 한국물을 발행한 데 이어 4월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5년 만기 한국물 중 가장 낮은 액면금리(1.75%)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작년 6월에 산업은행은 최초로 공모방식의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표시 채권) 10억위안어치를 발행했고, 9월에는 같은 조건의 채권을 재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10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만기가 없는 채권인 ‘영구채(Perpetual Bond)’ 발행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외화표시 영구채권 5억달러를 3.328%의 금리에 발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조정실장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기업이 외화를 조달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한국물 발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물을 매수하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권고도 급증했다.
한국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본, 중국보다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표시 외화채권 수익률이 원화표시 채권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화표시 채권 수익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수인 ‘한국자산평가 채권지수’는 지난해 1월3일 192.24에서 올해 1월4일 203.48로 5.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표시 채권 수익률을 나타내는 ‘JP모건 토털리턴 코리아 인덱스’는 141.58에서 155.07로 9.53% 증가했다.
동양증권 이학승 연구원은 “달러표시 외화채권 수익률이 더 좋았던 이유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글로벌 유동성 개선, 달러 벤치마킹 금리 하락 등에 힘입어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평채가산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 채권의 수익률로, 미국 재무부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로 표기되며 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낮아진다.
◇ 한국물 발행, 올해보다 내년이 문제
올해에도 한국물에 대한 수요는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돼 유럽계 투자자 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있고, 아직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풍년은 어렵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올해 만기도래액 자체가 작년보다 60억달러 이상 줄어 발행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
올해 한국물의 만기규모는 204억달러로 추정된다. 작년의 269억달러보다 24% 줄었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화채 시장이 악화되면서 5년물 발행이 급감한 탓이다.
전체 만기도래액 중 1~7월 도래액이 151억, 8~12월이 53억으로 8월부터 만기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미국 국채와의 금리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는 완만하게 하락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스프레드가 좁혀지면 은행, 기업들의 외화 조달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
국제금융센터 윤인구 연구원은 “지난해 말 스프레드 축소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만큼 추가적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앞으로는 한국물의 금리를 평가할 때 단순히 국내 차입자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비교 대상을 유사 신용등급의 주요국 은행, 기업들로 삼아야 한다”며 “이들과 조달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한국물의 대규모 만기도래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14년 한국계 외화채권 만기도래 추정액은 288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다.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면 한국물 발행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차입시기와 한국물 만기 등을 결정할 때 내년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내년 만기도래분에 대한 선제 조달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