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M&A ‘잔혹사’…우리금융 이어 ING 인수 좌절

KB금융 M&A ‘잔혹사’…우리금융 이어 ING 인수 좌절

입력 2012-12-19 00:00
수정 201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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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벽 못 넘은 어윤대 회장 영향력 축소 전망

1년여를 끌어 온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이사회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일부 사외이사와 금융감독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최근 불거진 어윤대 회장의 ‘술자리 소동’도 악재가 된 듯하다.

야심차게 추진해 온 대형 인수ㆍ합병(M&A)이 물거품이 되자 현 정부 들어 금융권 ‘4대 천왕’으로 주목받은 어 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 ‘표심’, 경영진 설득에도 요지부동

KB금융은 이달 5일 중단했던 이사회를 18일 속개하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안에 대한 표결을 했지만 찬성 5표, 반대 5표, 기권 2표로 과반 찬성표 획득에 실패했다.

인수ㆍ합병(M&A) 등 주요 안건은 사전에 이사회 구성원들이 충분히 이견을 조율한 뒤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다.

이사들끼리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표 대결’을 벌이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사외이사는 2~3명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날 표결에서는 과반이 반대나 기권표를 던졌다.

경영진의 설득과 인수가격 하향조정에도 ‘표심’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은행과 생명보험 산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형 인수ㆍ합병(M&A) 추진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부담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MB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어 회장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금융당국이 인수에 ‘부정 시그널’을 보낸 점도 대형 악재였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실탄’을 써버리면 차기 정부가 재추진할 우리금융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정치권과 감독당국이 급제동을 건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KB금융의 M&A ‘잔혹사’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임기 초부터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은행부문 강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KB금융의 자산과 수익이 대부분 국민은행 쪽에 치우쳐 있다.

한 때 고객 숫자와 여수신 규모에서 업계 1위를 달리던 국민은행이 언젠가부터 더는 ‘리딩뱅크’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오면서 비은행부문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그간 어 회장이 관심을 보였던 M&A 가운데 정작 성사된 것은 없다.

동양생명에 한때 눈길을 보내기도 했으나 이내 접었다. 사업구조가 KB생명과 비슷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고려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욕심을 냈다.

올해 7월 진행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작업과 관련해서는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 각계의 반대 여론이 거세 예비입찰제안서(LOI)도 내지 못하고 계획을 접어야 했다.

금융당국이 떠안긴 제일저축은행(현 KB저축은행)만 가져왔을 뿐이다.

이 때문에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에 ‘사활’을 걸고 사외이사 설득 작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유증 남을 듯…임기 말 영향력 축소 가속화 전망

KB금융 안팎에서는 이번 ING생명 인수 문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수를 둘러싸고 어 회장을 중심으로 한 KB금융 경영진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사외이사 간 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 ‘내분’이라는 말이 오르내릴 정도다.

특히 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北京)을 찾았을 당시, 만찬 자리에서 술잔을 깨며 ING생명 인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이 자리에서 “ING생명 인수는 KB금융에 필요한 제2금융권 포트폴리오를 갖추려고 사심 없이 추진하는 일인데, 왜 내 충정을 몰라 주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MB맨’으로 불려온 어 회장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가 재임 중 추진할 다른 사업이나 의사결정을 놓고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어느 금융지주 회장직을 누가 노린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떠도는 마당에 정치색이 짙은 수장은 영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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