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서 파는 전통 기념품, 알고보니 반전이

인사동서 파는 전통 기념품, 알고보니 반전이

입력 2012-03-21 00:00
수정 201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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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 NEWS] 전주 한옥마을·서울 인사동 ‘외국산 기념품’ 판매 금지 논란

“전통문화 보존이 먼저냐, 자유무역 협정 준수가 우선이냐.”

‘한국 관광의 별’로 지정된 전주 한옥마을과 ‘전국 최초의 문화지구’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 중 상당수는 저가의 외국산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은 자칫 한국 고유의 전통미를 훼손할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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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구’로 지정됐으나 외국산 기념품을 규제할 방법이 없어 정체성 위기에 놓이게 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문화지구’로 지정됐으나 외국산 기념품을 규제할 방법이 없어 정체성 위기에 놓이게 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인사동 기념품 30~40%가 중국산

2005년 인사동 전통문화 보존회가 비공식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사동 기념품 상점에서 팔리는 물건의 30~40%가 중국산 제품일 것으로 추정됐다. 관할 자치구인 종로구도 노점 제품의 80~90%가 저가 중국산 제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 전주시도 비슷한 실정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연간 500여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에는 238개 공예품 판매점, 찻집, 숙박업소 등이 있다. 이 업소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동남아 등에서 제작된 저가의 외국산 기념품을 취급하고 있어 가장 한국적인 형태를 담아냈다는 한옥마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인사동 문화지구 내에서 외국산 제품 판매 금지를 위해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20일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 서울시의 조례 개정 작업은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최근 서울시에 “세계무역기구(WTO) 다자 간 무역협정은 문화지구라도 예외가 아니다. 양국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이익을 주고받는 상호 호혜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공식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판매금지를 하려면 품질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저질’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외국산 제품 판매를 금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주시도 지난 5일 관내 업소들의 외국상품 판매 현황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서는 한편 한옥마을 내 저가 외국상품 판매 금지를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날 “조례를 만들기 위해 외교부와 접촉하려 했으나 담당자와 접촉이 되지 않아 서울시에 외교부 입장을 물어봤다.”면서 “조례 제정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지자체는 현재 저가의 외국산 기념품 판매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자유무역 협정준수도 필요하지만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노력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한류열풍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터라 전통문화 보존 및 계승은 더욱 중요한 실정이다.

●서울시·외교부 내일 관련문제 협의

서울시는 22일 외교부와 직접 이 문제를 협의할 방침이다. 종로구 문화공모과 담당자도 참석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문화 보존이라는 명분이 있는 만큼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논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 마찰을 우려한 외교부의 소극적인 입장 때문에 벌써부터 외국산 저가 제품을 규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우리가 22일 회의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면 외국산 저가 제품 규제는 사실상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면서 “저가 제품 판매 업소 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통계를 마련하는 등 여러 각도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옥마을 내 업소들이 저가 외국산 기념품을 취급하지 않도록 전통상품 인증제와 자정결의대회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서울 정현용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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