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레미콘사 공장도 ‘스톱’…장기화하면 건설공사 차질 우려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분쟁으로 전국 레미콘 공장이 대부분 멈춰섰다.이에 따라 레미콘 생산이 전면 중단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요 건설공사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분쟁으로 전국 대부분 레미콘 공장이 조업을 중단한 22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한 레미콘업체 공장 안에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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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 강문혁 이사는 “중소 업체들은 오늘부터 완전히 조업을 멈췄다”며 “시멘트 가격을 조정해주거나 건설업체들이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거나 둘 중 하나라도 관철되지 않으면 조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 소속 중소업체들이 차량을 동원해 유진, 삼표, 아주 등 대형 레미콘기업들의 레미콘 출하를 저지하고 있어 사실상 모든 레미콘 공장이 ‘올스톱’된 상태다.
14개 대형 레미콘기업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전에 파악해본 결과 중소업체들의 저지로 대형사도 다들 생산을 못하고 있다”며 “같은 업계에서 살아남으려고 한다는데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키면서까지 강제로 뚫고 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체가 올해 초 t당 시멘트 가격을 6만7천500원에서 7만6천원으로 인상한 것을 철회하거나 인상폭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조업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만약 시멘트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면 레미콘 생산원가가 올라가는 만큼 레미콘 가격도 ㎥당 5만6천원에서 6만5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지난 20일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주재로 레미콘·시멘트·건설업계가 3자 회의를 열어 2주일의 조정기간을 거쳐 최종 가격 협상안을 찾는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가격 문제는 충분히 협의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날 오후 4시30분으로 예정된 2차 회의에서 가격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조업중단 사태가 길어질 수 있다.
레미콘의 최대 수요자인 건설업체들은 예고된 조업중단에 대비해 레미콘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앞당겨 마쳤거나 최대한 뒤로 미루고 다른 작업을 우선 진행하고 있지만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미콘은 바로 가져다 써야 하는 자재지만 공정 순서를 조정해 당장 3~4일 정도는 무리 없이 건설현장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길어져 5일을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염려했다.
현재 겨울철 공사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지방 관급공사는 지역 중소업체에서 생산한 레미콘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시멘트 제조 계열사를 보유한 대형 레미콘사까지 사실상 조업을 중단한 것을 놓고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짜고 건설업체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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