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선거와 재벌 ‘불편한 관계’] 대기업 무분별 골목상권 공세에 허탈한 서민들

[커버스토리-선거와 재벌 ‘불편한 관계’] 대기업 무분별 골목상권 공세에 허탈한 서민들

입력 2012-01-28 00:00
수정 2012-01-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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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쌀국수·카레·빵 서민음식까지… 골목상권 망했다”

“이미 다 망했어…. 이제 와서 뭘 기대하겠어. 선거를 앞둔 뻥쟁이 정치권, 피도 눈물도 없는 재벌들에게 말이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상가의 빵집 주인 김승용(58)씨는 거리를 가리키며 “봐, 빵집뿐이 아니야. 거리 곳곳에 있는 편의점, 식당, 옷가게, 커피숍 등 대기업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라면서 “선거철이 되니까 정치인들은 ‘표’ 때문에 서민 챙기는 척하고 재벌들은 못 이기는 척하면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이게 무슨 코미디 같은 현실이야.”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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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골목 상권’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한 동네 커피숍에는 낮 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한 동네 커피숍에는 낮 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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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빵집은 몇 년 전 파리바게뜨 등 체인 빵집이 근처에 들어서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호텔신라의 아티제 동부이촌점이 등장하자 아예 손님이 뚝 끊겼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1000원에 세 개씩 싸게 팔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손수 만드는 빵이 싸구려로 변한 현실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청 별관 후문에서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저쪽에 대기업의 떡볶이 가게가 문을 연 뒤 월세도 제때 못 낼 판”이라고 했다. 그는 “앞에 있는 돈가스점, 쌀국수집, 빵가게, 카레 전문점 등이 모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푸념했다.

최근 재벌 2, 3세들이 보여 주는 사업 행태에 대해 누리꾼들은 “나도 아버지가 재벌이라면…”이라며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기간산업이나 제조업 등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으로써 대기업의 순기능을 보여 줬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가족의 돈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폼 나고 손쉬운’ 사업에만 손을 대 사회적 공분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인 장선윤씨는 2010년 블리스라는 빵·와인 수입판매 회사를 차렸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은 롯데백화점 7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장씨의 남편 양성욱씨는 지난해 9월 생활용품 수입업체 브이앤라이프를 만들었다. 독일산 아기용 물티슈는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을 통해 판매된다. 장씨 부부가 한동안 쉬다가 별 어려움 없이 유통업에 복귀한 것은 ‘가족 회사’인 롯데가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어서 가능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아티제 사업 철수를 밝혔지만 한동안 커피·베이커리 사업은 ‘재벌가 딸들의 각축장’이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운영하는 ‘달로와요’와 ‘데이앤데이’는 각각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거의 전 점포에 입점해 있다.

한화그룹도 계열사를 통해 베이커리와 함께 델리 카페 ‘에릭케제르’와 ‘빈즈앤베리즈’를 운영 중이며, 애경그룹·매일유업·남양유업 등도 일본 라면·카레,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이세이미야케, 꼼데가르송, 콜롬보와 같은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취급한다.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이 설립에 관여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조지오 아르마니, D&G, 캘빈 클라인, 코치, 갭 등을 들여오고 있다.

재벌가의 아들들은 대체로 비싼 수입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이사로 있는 DFMS(옛 두산모터스)는 혼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을 수입해 판매한다. 창업주의 3~4세들이 지분을 고르게 나눠 갖고 있는 회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형제도 벤츠의 딜러인 더클래스효성, 토요타의 딜러인 효성토요타의 지분을 각각 3.48%, 20%씩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렉서스를 수입하는 센트럴모터스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인 허준홍씨가 각각 지분을 갖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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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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