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노리다 빚더미에 올라 벼랑끝에 몰려
“1년 2개월 동안 작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갇혀 초라한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20대 후반의 투자자 A씨는 최근 인터넷 증권포털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런 말로 자신의 주식투자 경험을 회고했다.
A씨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2010년 10월. 증권사 지점에 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하러 갔다가 직원으로부터 주식투자를 권유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주식시장은 세계경제가 금융위기를 지나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승장 분위기가 완연했다.
A씨는 여윳돈으로 주식을 사들여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불과 2주 만에 수익률이 15%나 됐다. 주식투자에 매료된 A씨는 퇴근만 하면 늦은 밤까지 인터넷으로 투자정보를 얻으며 ‘내공’을 쌓았다.
떠도는 정보를 믿고 ‘잡주’라 불리는 코스닥 종목에도 투자했다. 이들 종목도 A씨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자신감을 얻은 A씨는 작년 1월 직장을 그만뒀다. 전업투자자로 변신한 것이다.
A씨는 목돈을 주식시장에 쏟아붓고 고수익을 기다렸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테마주를 찾아다니며 단타매매를 반복하다 보니 계좌 잔고는 한 달도 안 돼 반으로 줄었습니다”
큰 손실을 입자 A씨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자 행태도 점점 위험한 투기로 변모했다.
신용융자에 손을 댔고 여자친구로부터 돈까지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원금이 회복되기는커녕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는 “‘한방’이면 원금을 회복하고 주식투자를 접으려 했지만 빚이 빚을 낳았다”며 “벼랑 끝에서 발 디딜 틈도 없는 상황”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A씨와 같이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한 투자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임원은 테마주와 같은 위험한 종목이 주식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원인중 하나로 미취업 청년이나 퇴직한 노인들이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것을 지목했다.
‘생계형 투자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은 투자 외에는 별다른 소득원이 없어 고수익을 노린 위험한 투자에 손대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대의 주식투자 인구는 2006년 23만9천명에서 2010년 34만명으로 42.3% 증가했다. 60대 이상의 고령층 주식투자 인구도 같은 기간 50만명에서 91만5천명으로 83%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A씨처럼 하루 대부분 시간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한 주식투자에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취업준비생은 “생활비도 벌 겸 단타매매로 주식투자를 하는 데 하루 대여섯 시간을 쓰고 있다”며 “잘하면 월 100만원 이상 벌기도 하지만 주식투자에 신경이 쓰여 공부가 안된다”고 말했다.
경기불안이 이들의 위험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세욱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 한복판에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복권 붐이 일듯 한국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복권, 도박은 물론 투기적인 테마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해지자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