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文史哲에 길을 묻다

금융계 文史哲에 길을 묻다

입력 2011-12-08 00:00
수정 2011-12-0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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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워크숍 산타랠리·ELS 간데 없고 실크로드·독도 강연회

금융계에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반(反)월가 시위 등을 겪으면서 인문학적 바탕이 없는 금융은 소비자와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기관 직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에서 나아가 인문학적 문제 해결력을 요구받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경영·경제 분야뿐 아니라 인문학도를 채용하는 것도 거론된다. 금융계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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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요즘 ‘문사철 총재’로 불린다. 간부회의에서 ▲‘박원순(서울시장)식 정치와 행정이 한국은행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느냐.’ ▲‘월가 시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차는 있느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물가와 금리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뭐냐.’ 등의 질문을 서슴없이 던진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3차례 열린 한국은행 팀장 워크숍에는 일본에서 귀화한 독도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중국 실크로드 전문가인 박한제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듣도록 했다. 김 총재는 최근 신입사원 선발과정이 끝났지만 중장기적으로 인문·사회과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인문학 분야의 인재 선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고위관계자는 “시민들이 증시의 이익을 불로소득이 아닌 투자의 결실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인문학의 문제”라면서 “반월가 시위에서 볼수 있듯이 인문학 바탕이 없는 금융은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행보도 파격적이다. 금융업계에 연일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하라면서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는 “과거 금융회사들은 소비자 위에 군림했다.”면서 “정작 이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땐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으로 외면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금감원에서는 점심시간에 햄버거를 먹으며 인문학 강좌를 듣는 ‘도시락 창조교실’이 인기다. 최근들어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대화와 협상기법’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한국의 소비트렌드’ 강연을 들었다. 연초에는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로부터 행복을 위한 여섯 가지 노하우를 들었다.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접촉 ▲서로 즐거움을 흉내내는 정서 공유 ▲부하직원을 폼나게 활약하게 하는 리더십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 보기 ▲감탄 잘하기 등이 주요내용이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현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바보는 경험에서 배운다.”면서 “상생, 동반성장,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은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행장의 내년도 경영화두는 축기견초(築基堅礎). 속도보다는 완벽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간 이윤을 늘리는 직원이 회사에서 무조건 최고였는데 직원들과 잘 소통하고 사회적 공헌에도 관심을 받는 이들이 주목받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반월가 시위의 기류가 금융업계의 수수료만 낮춘 게 아니라 문화도 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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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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