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 삼성사장단에 ‘프로야구 성공비결’ 강연

하일성, 삼성사장단에 ‘프로야구 성공비결’ 강연

입력 2011-11-02 00:00
수정 2011-11-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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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아니라 헌신과 희생, 협력이 성공 관건””실력 차보다 생각과 열정, 동기가 승부 가른다”

“헌신과 희생, 협력이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의 성공을 가져왔습니다.”

삼성 사장단이 프로야구의 성공 비결을 들으며 이를 기업에 활용할 방안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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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해설가 하일성
야구해설가 하일성


삼성은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야구해설가인 하일성 스카이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초청해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의 성공 비결’을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하 대표는 대한민국이 쿠바를 꺾고 전승으로 우승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예로 들며 헌신과 희생, 협력이 우승의 토대가 됐다고 소개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삼박자’를 갖춘 선수, 다시 말해 잘 때리고, 잘 던지고, 잘 달리는 선수를 뽑은 게 아니라 이 세 가지를 각각 잘하면서 특히 빠른 선수를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을 보고 많은 야구인이 의아해 했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 태국이 기량 면에서 객관적으로 대한민국보다 나은 상황에서 이길 방법은 선수 각자가 가진 최고의 기량을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김 감독은 판단했지만, 많은 야구인이 이에 반대했다고 하 대표는 소개했다.

김 감독이 “헌신하고 희생하고 협력하는 선수를 뽑겠다”고 밝히자 하 대표조차 나서서 “나가서 이길 생각을 해야지 인간성 테스트를 하느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 “김 감독을 뽑은 우리가 잘못이지, 저 고집은 꺾을 수 없다”고 귀띔해 6시간이나 이어진 논쟁은 일단락됐다고 하 대표는 회고했다.

하 대표는 “대한민국이 미국, 캐나다를 차례로 꺾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랐고, 나도 나이 환갑이 돼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 감독이 강조한 희생과 헌신의 예로 이택근 선수(현재 LG트윈스 소속)를 들었다.

무명이었던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되자 매일 새벽 선수단 숙소를 돌아다니며 에어컨을 끄더라는 것이다.

이 선수는 그 이유를 묻는 하 대표에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면 다음날 몸이 무거워지고 컨디션이 저하된다. 국가대표로 뽑혔어도 후보여서 팀에 기여할 게 없으니 선배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뛸 수 있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 대표는 ‘프로 선수는 자기 몸이 재산인 개인 사업자’인데 팀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고 협력하는 이 선수의 자세에 감동해 눈물까지 보였다면서 아들뻘 선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김 감독의 말도 이해하게 됐다고 사장단에게 강조했다.

이승엽 선수도 이런 희생과 헌신의 본보기로 소개됐다.

일본에 이겨 이미 은메달을 확보해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된 상황에서 쿠바와 맞서게 된 후배 선수들에게 이 선수가 선배로서 스스로 나서서 “은메달도 굉장한 성과이지만, 쿠바에 무기력하게 지면 우리가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지금까지 뛰었다”는 식으로 갈채가 비난으로 바뀔 것이라며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다잡고 동기를 부여하더라는 것이다.

하 대표는 “기술과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열정, 동기가 승부를 가른다”며 “과거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큰 경기나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실수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젊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경기를 즐기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 그동안 훈련한 것을 다 풀어놓겠다’는 식으로 태도가 바뀌어 있어서 또 한 번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야구 얘기를 하면서 김연아 선수도 예로 들었다.

김 선수는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 선수권 당시 불과 18세였음에도 “아사다 마오의 신기술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겁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중요한 것은 실력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동기 부여와 열정이 승부를 가른다”며 “그래서 프로는 즐겨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프로야구는 1군과 2군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면서 1군은 경기에서 지면 “내가 왜 졌을까”라고 되돌아보는 표정이 역력한데, 2군은 이기든 지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나온다고도 했다.

한 사장단 회의 참석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듯이 프로는 경기에서 졌더라도 깨끗이 인정하고 같은 실수나 패배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지 운 타령을 한다거나 심판 타령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하 대표의 강연은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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