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 조직문화가 여성승진에 최대 장애

남성중심 조직문화가 여성승진에 최대 장애

입력 2011-08-29 00:00
수정 2011-08-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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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ㆍ육아 제도개선 사회분위기 탓에 무용지물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명 중 1명도 안 될 정도로 적다. 우리 사회에 형성된 유리천장이 아직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여성도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여성들의 임원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고위직 승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유리천장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상당수 여성이 승진, 급여, 부서 배치 등에서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불이익의 이유는 여성의 업무 수행 능력보다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였다.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동등하지 않고, 육아휴직 같은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도 여성의 경력을 단절시키거나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 남성 위주 조직문화에 여성 불이익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대리급 이상인 여성들은 승진ㆍ승급(31.5%), 급여임금(21.9%), 인사고과(20.3%), 교육 훈련 기회 및 내용(16.8%), 부서ㆍ업무 배치(13.1%)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들은 부서ㆍ업무배치(4.3%), 승진ㆍ승급(4.2%), 인사고과(2.8%) 등 전 단계에 걸쳐 성차별 경험이 매우 적었다.

남성들조차 현재 직장에서 여성이 성차별을 받는다고 느꼈다. 남성 응답자의 24.2%가 여성이 승진ㆍ승급 때 차별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20.7%는 여성이 부서와 업무 배치 때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직급별 승진자 성비를 보면 차별 실태가 확연히 드러난다. 대리 승진자의 26.0%가 여성이었지만 부장급에서 임원급으로 승진하는 여성 비율은 8.0%에 불과했다.

여성 응답자의 71.9%와 남성 응답자의 53.1%가 차별의 가장 큰 이유로 ‘남성위주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업무 수행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은 양쪽 모두 5% 이하였다.

여성 개인의 업무 수행능력보다는 남성위주의 회사시스템과 조직문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여성의 승진과 급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네트워크 능력’은 긴 술자리를 통해 형성되는 사례가 많았다. 직장동료와의 모임에서 주로 했던 일을 묻는 말에 남성의 54.1%가 장시간의 음주라고 답했다. 여성들은 ‘간단한 식사’를 했다는 응답이 63%로 가장 많았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평가자 중에 남성이 많아 여성의 능력이 평가절하되는 사례가 많다. 국내 기업에서 중시하는 상명하복식의 충성도, 술자리를 통한 네트워킹 능력도 양육부담이 많은 여성에게 불리한 잣대다”고 말했다.

◇ 출산과 육아도 여성에게 큰 짐

여성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할 제도가 많이 개선되고 있으나 사회 분위기가 따라오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휴직 제도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근로자가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를 양육하려고 휴직을 신청하면 사업주는 허용하게 돼 있다.

육아휴직 기간은 1년 이내다. 사업주는 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여성관리자의 11.9%가 휴직 이후 승진 지연(64.6%), 업무 변경(21.7%), 평가ㆍ보상 영향(10.3%), 사직 압력(3.4%) 등 고용상의 불리한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을 포기한 여성은 그 이유를 ‘규정에 있지만, 조직분위기상 신청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서’(25.0%), ‘규정에 있지만, 동료와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6.8%) 순으로 꼽았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지만, 제도적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태현 성신여대 복지학과 교수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썼을 때 불이익을 당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남성도 몇 개월 이상은 반드시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 스스로 더 치열한 직업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오경자 고용평등실장은 “여성은 더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쌓으면서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과 가정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한쪽에 약간의 희생이 따를 수 있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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