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과 ‘멘토’ 연결…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 실시
고졸 채용 열풍을 일으킨 은행권이 고졸 신입사원들의 사회생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바쁘다. 사회경험이 없는 어린 직원들이 직장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같은 고교 출신의 선배 직원을 ‘멘토’(조언자 또는 정신적 스승)로 붙여주거나, 고졸 사원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일 특성화고 출신 신입 직원 20명에게 ‘인생 멘토’를 연결해줬다. 지난달 4일 각 영업점에 배치돼 업무를 시작한 고졸 직원들이 또래 동료나 비슷한 처지의 선배가 없는 외로움을 호소하자 이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고교 또는 중학교 동문 및 같은 지역 출신의 선배들을 짝지어 준 것이다.
기업은행 천안지점에 근무하는 최솔희(19) 계장의 인생 멘토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20년 선배인 김미정(39) 천안불당지점 과장이다. 최 계장은 “같은 지점에 일을 가르쳐주는 ‘업무 멘토’도 있지만, 같은 길을 먼저 걸었던 인생 경험이 많은 선배에게 업무 밖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내가 1990년 은행에 들어왔을 때에는 같은 지점에 고졸 동기가 3명이나 있어서 적응하기 쉬웠는데 최근 들어온 후배들은 혼자여서 앞길이 막막할 것”이라면서 “최 계장이 나를 큰언니나 이모처럼 편하게 생각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고졸사원 채용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다음 달초 최종합격자를 발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존 창구텔러직원과 똑같이 4주 동안 합숙교육에 들어가는데 사회 경험이 적은 학생들이므로 고객 응대 등 고객만족(CS) 서비스 부문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고졸 신입직원에게 특화된 연수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을 연수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금융의 기초 지식부터 창구 업무 실습까지 단계적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1997년 이후 중단된 고졸 직원 채용을 15년 만에 재개하고 오는 11월 50명을 최종 선발하기로 했다.
상반기에 8명의 고졸 직원을 채용한 국민은행도 10월 중순 이들을 대상으로 3주간 연수를 실시한다. 이 은행은 고졸 사원들의 직장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멘토 프로그램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8-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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