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100원 할인’ 새달 종료… 가격 2주 넘게 들썩
직장인 이모(36)씨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경기 용인시 인근 놀이공원을 가는 길에 들른 주유소에서 “2만원어치밖에 휘발유를 팔 수 없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다른 주유소에는 아예 ‘휘발유 없음’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내걸려 있었다. 공급이 달린다는 게 이유였다.다음 달 6일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인하(ℓ당) 종료’를 앞두고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2주 넘게 기름값이 오름세를 계속하고 있는 데다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으면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없는 일까지 종종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8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1921.89원을 기록했다. SK에너지의 카드 사후할인분을 감안하면 이날 전국 휘발유 가격은 1887.47원으로 정유사 공급가 할인 직전인 4월 7일 대비 83.4원 내렸다.
하지만 두바이유 가격이 4월 7일 배럴당 113.54달러에서 이달 27일 101.07달러로 10% 넘게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인 폭은 그리 크지 않다. ‘기름값이 실제로 떨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최근 기름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점. 이날 휘발유 전국 평균가는 27일 1922.47원보다는 조금 내렸지만 지난 10일(1910.72원) 이후 2주 넘게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가격에 영향을 주는 이달 중순까지의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이 120달러 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기름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가격인하 종료를 앞두고 기름을 미리 사두려는 주유소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싼 값에 기름을 채워 넣으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휘발유를 팔지 않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 달 6일 정유사 기름값 할인 종료 이후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휘발유 전국 평균가는 ℓ당 2020원을 넘기게 된다. 올해 최고가였던 지난 4월 5일의 휘발유 1971.37원, 경유 1801.84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름값 환원을 앞둔 정부 정책은 엄포뿐이다. 지식경제부와 소비자단체는 관세나 유류세 인하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정부의 단속과 유통구조 개선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2008년의 유류세 10% 할인 조치가 끝난 뒤 2009년 1월 첫주부터 11주 연속 주유소 휘발유값이 상승, 2008년 말 대비 ℓ당 245원이나 올랐던 현상이 다시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물가대책회의를 갖고 “기름값 할인 종료를 앞두고 주유소나 석유사업자가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행위를 하다 발각되면 영업장 폐쇄와 형사고발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세금 이야기는 없었다.
이서혜 소비자시민모임 석유감시팀장은 “현재 교통세에 붙는 탄력세율 11.37%(ℓ당 54원 정도)의 인하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이를 통해 정부가 서민 부담을 덜어주고 업계와 함께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경하·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1-06-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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