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치권·정부 투트랙 전략
재계가 국회 출석 요구를 잇따라 거부하는 등 정치권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정부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26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이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29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에 회장 대신 실무 임원급을 참석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공청회가 열리는 날 손경식 회장이 일정이 있어 참석하기 어렵다.”면서 “공청회 내용을 봐도 회장보다는 실무를 맡은 책임자가 참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총 관계자도 “공청회에서 동반성장과 한진중공업 문제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른 경제단체가 준비하는 것처럼 전무의 출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가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등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허창수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만날 때마다 잘하라고 격려해주기 때문에 기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 정책 가운데 제가 반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재계가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 환원과 반값 등록금 등의 현안에 대해서는 재계와 청와대가 같은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업 검찰’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들에 과징금 부과 같은 제재를 가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까지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부와 협조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과 이익공유제 등에서 얻을 것은 얻어 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6-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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