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쟁여두자”…정유사는 “없어서 못줘”
ℓ당 100원의 기름값 할인조치 종료일을 20일 앞두고 일선 주유소에서 사재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름값이 쌀 때 왕창 사뒀다가 다음달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가격이 ℓ당 100원씩 오르면 비싸게 팔아 큰 차익을 보겠다는 속셈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3사가 지난 4월7일부터 3개월 한시로 시행하고 있는 기름값 할인 정책이 다음달 6일이면 만료된다.
정유3사가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씩 할인된 가격으로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던 것이 7월7일부터는 원래대로 환원되는 것이다.
일선 주유소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오르기 전에 사뒀다가 오른 뒤에 팔면 그만큼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로부터 기름을 공급받고 있는 주유소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많은 물량을 확보해놓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GS주유소 사장은 “평상시에는 보통 기름값이 싸지는 월말에 재고를 많이 쟁여뒀다가 월초에 팔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서두르고 있다”며 “기름값 환원이 임박한 월말이 되면 한꺼번에 수요가 몰려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주문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정유사 쪽에서 물량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6월 들어 지금까지 작년 동기 대비 휘발유는 25%, 경유는 36%나 수요가 늘었다”며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요가 급증해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주유소에서는 제때 기름을 공급받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경북지역의 한 주유소 사장은 “사재기는 커녕 정상적인 물량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름을 달라고 해도 정유사에서 물량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에서는 “정유사들이 물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주유소협회 정상필 이사는 “많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보니 정유사들이 물량을 공급하는 데 소극적”이라며 “주유소들이 사재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주유소들이 다음달 7일 이후 소비자가를 얼마나 올릴지도 관심거리다.
정유3사가 지난 4월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를 ℓ당 100원씩 할인했을 때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비쌀 때 산 재고가 남아있어 당장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며 소비자가를 신속히 내리지 않아 눈총을 받았었다.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다음달 7일부터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일제히 올려도 주유소들은 쌀 때 산 재고가 남아있어 소비자가에 인상분을 신속히 반영하지 않아야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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