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제2 도쿄구상’ 나온다

이건희회장 ‘제2 도쿄구상’ 나온다

입력 2011-06-17 00:00
수정 2011-06-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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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미래를 건 최대 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보기술(IT) 위기는 커져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제2 도쿄 구상’이 현실화될까. 이 회장이 ‘삼성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쇄신 작업에 돌입하자마자 갑작스레 일본 출장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친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물론 이 회장 자신도 연초가 되면 도쿄를 찾아 삼성 경영의 밑그림을 그려온 터라, 이번 구상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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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신경영 구상 모두 도쿄서

16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5일 업무상 일정과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떠났다. 공식적인 일정 없이 주요 경제 단체 대표와 지인들을 다수 만나기 위한 ‘나홀로 출국’이다. 당시 이 회장은 다소 굳은 표정에 양손의 주먹을 불끈 쥔 단호한 모습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일본에서 여러 난제를 꼭 풀고 오겠다.’는 굳은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도쿄는 삼성에게 있어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1983년 2월 신년 경영 구상을 위해 오쿠라호텔에 머물던 고 이병철 선대회장은 삼성 사상 최대의 모험인 반도체 투자를 결심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삼성의 선택을 무모하다고 했지만, 이병철 회장은 되레 “우리에겐 반도체가 (영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성장하게 만든) 증기기관이 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시발점이었다.

10년 뒤인 1993년 6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본에 들러 도쿄 도청, 아키하바라(전자제품 밀집지역) 등을 둘러보고 삼성 사장단과 12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이후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된다.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애니콜 신화’와 같은 혁신적 성공 사례들이 이때부터 쏟아져 나왔다.

●지인들에 조언 듣고 가다듬을 기회

이 회장이 도쿄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지인들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와 조언을 듣고 자신의 구상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홀로 도쿄 유학길에 올라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일본 학계와 재계에 두루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이 회장이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일본식 토론이나 문제 해결 방식에 익숙하다.”면서 “만나는 지인들 역시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도쿄 구상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 오게 될까. 한 삼성임원은 지금 이 회장의 심정을 ‘일모도원’(日暮途遠·갈 길은 먼데 날이 저문다)이라는 말로 대변하며 향후 “삼성의 10년 이후 미래를 대비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이 회장은 삼성 복귀 이후 공격경영을 기치로 내세우며 ‘5대 신사업 투자 확정’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원 투자’와 같은 과감한 베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결코 삼성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이 회장의 고민이다. ‘스마트폰 쇼크’로 애플이 세계 최고 기업에 올라서고 노키아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삼성의 미래 또한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도 최근 이 회장의 일련의 발언과 행동 등을 볼 때 ‘제2의 도쿄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신(新)도쿄 구상을 하게 된다면 그룹의 쇄신 프로젝트를 포함한 10년 이후 미래를 대비한 포석들에 대한 청사진이 담길 것”이라면서 “최근 삼성의 인사 쇄신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위한 서막”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6-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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