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공동검사 안팎
한국은행이 발 빠르게 금융감독원과 공동 검사에 나선 까닭은 ‘금융권 신뢰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과 이번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고 중대한 위기라고 판단한 셈이다.한국은행은 15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농협에 대한 공동 검사권 발동 안건을 의결했다. 과거 은행권의 지급 결제 문제로 임시 금통위가 열린 적이 있지만 금감원이 검사 중인 사안에 한은이 공동 검사권을 발동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금융권의 정보기술(IT) 시스템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은 관계자는 “4~5년 전에도 임시 금통위를 열었던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급 결제 미스 매치가 일어나면 현금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일중 당좌대출(장중 사용하고 업무 마감 후 갚는 대출)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 등도 함께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자체 금융망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중 한곳이라도 지급 결제가 되지 않으면 전체 결제 마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농협 전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2일 한은 전산망 마감 시간은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10분으로 1시간 40분가량 연장됐다.
한은은 가능한 한 빨리 공동 검사에 착수해 농협이 지급 결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지와 장애 발생 이후 업무 처리 현황,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조치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통상 시중 은행에 대한 공동 검사는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주도로 이뤄지지만 한은은 농협 전산 사고가 지급 결제와 관련된 점 등을 고려해 금융안정분석국과 금융결제국, 전산정보국을 함께 검사팀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1일부터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보안 점검에 들어갔으며, 금융위 사무처장을 팀장으로 정부관계기관, 민간 IT업체, 금융결제원, 코스콤 등 IT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로 했다. 금융업계에 전방위 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체에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기본적인 금융권 보안 강화뿐 아니라 금융권 IT 시스템과 관련된 제도 변경도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11-04-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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