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막한 제주 하계포럼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회사를 발표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상당히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최근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이 아니다”라는 해명에도 전경련이 정부 정책을 이례적으로 수위 높은 어조로 비판한 여파가 오히려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경련의 전날 개회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전경련은 크게 술렁이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개회사를 읽은 정병철 전경련 상임부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와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닌데…”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이었다.

　전경련은 28일 오후 정 부회장이 조석래 회장을 대신해 읽은 개회사가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되자 즉시 진화에 나서는 한편 개회사 초안을 작성한 책임자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 개회사는 병상에 있는 조 회장이 구두로 큰 틀만을 잡아주고 이번 행사를 주최한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의 실무진이 문안을 작성해 정 부회장이 대독했다.

　조 회장은 최종 개회사 문안을 직접 보지는 않았다고 전경련 관계자는 전했다.

　전경련은 28일 개회사 뒤 언론을 통해 “전경련이 대기업을 질책하는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되자 이를 직접 청와대 측에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전경련의 이런 노력이 수포가 되자 한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전경련의 진의를 오해하고 있다면 정말 큰 일”이라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