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골드만삭스 피소’ 충격파

금융시장, ‘골드만삭스 피소’ 충격파

입력 2010-04-19 00:00
수정 2010-04-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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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한 뒤 불어닥친 충격파가 국내 금융시장에까지 밀려왔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값 급락)하고 코스피지수도 하락했다.

 달러화 및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채권가격이 상승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것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어 또다시 미국발 쇼크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고,일시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피소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준 사건일 뿐 새롭게 금융불안을 야기할 사건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골드만 사태로 달러화.엔화 강세

 미 정부가 골드만삭스를 기소한 이후 달러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국내외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된데 따른 현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7.80원 상승한 1,118.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골드만삭스 피소 여파로 전 거래일보다 4.70원 오른 1,11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112.80원으로 밀리는 듯 했다가 달러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 한때 1,119.00원까지 상승했다.

 이 시간 현재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엔당 1,215.33원으로 고시됐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 외에 다른 투자은행(IB)들도 피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외에도 많은 I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초자산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항공대란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감 등도 환율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분석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골드만삭스 피소 건이 미국 증시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 같다”며 “여타 IB로 조사가 확대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기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하락.채권값 상승..CDS프리미엄 소폭 올라

 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떨어지고 채권값은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8%(29.19포인트) 하락한 1,705.30으로 마쳤다.코스닥지수도 502.70으로 전날보다 1.13%(5.72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과 골드만삭스의 피소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된 데다,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나흘만에 매도우위로 전환해 8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여파로 대표적 신용위험 지표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상승했다.

 우리나라 CDS프리미엄은 16일 0.78%포인트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데 이어 이날도 0.80~0.81%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증시 전반에서 조정의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골드만삭스발 악재가 발생한 만큼 증시는 당분간 1,700선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다만 국내 경기와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정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채권금리는 소폭 하락(채권값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9%로 지난 주말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골드만삭스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지난 주말 미국 채권수익률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규제 강화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수급 악화 등의 요인들이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채권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골드만삭스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앞으로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지면 채권시장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이번 사태는 과거 사건의 여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가 새로운 불안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SEC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채담보부증권(CDO) 거래는 지난 2007년 4월 체결돼 2008년 1월 마무리된 거래다.

 골드만삭스가 패소할 경우엔 적지않은 규모의 벌금을 물어야 하겠지만,금융 시스템 전체에 새로운 금융부실이 유발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는 금융산업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명분축적용 성격이 강하다”며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적 성격이지 새로운 금융불안을 야기할 진앙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도 “이번 사태가 과거 엔론의 회계부정사례처럼 본격적인 신뢰의 문제로 비화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시장충격으로 제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조정을 받는 시점에서 골드만삭스 사건이 증시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당분간 심리적으로 약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나 하락 폭은 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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