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연초부터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출렁이면서 쉽지 않은 출발을 하고 있다.
1월 실업자가 10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내고 물가가 9개월만에 3%대로 올라섰으며 무역수지가 12개월만에 적자를 냈다. 1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인 만큼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현상이 여러 1월 지표에서 동시 출현한 만큼 우연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상승세를 타던 경기지표도 탄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불안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 회복 국면에서 잠복한 대외 악재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물가.무역수지 이어 실업자도 출렁..모두 일시적?
1월 지표 중 먼저 이상신호를 보낸 물가와 무역수지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1월 대비 3.1%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는 3.8% 올라 2008년 11월(4.0%) 이후 14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와 악천후 탓이었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얘기다.
실제 작년 1월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351.87원으로 연중 최저치였지만 지난달에는 1천661.15원으로 300원 넘게 올랐다. 폭설과 한파로 농산물값은 4.1% 상승한 가운데 배추, 상추는 30% 넘게 올랐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데다 빵과 라면 가격이 내리면서 2월에는 다시 2%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무역수지는 4억6천800만달러 적자를 냈다. 12개월만의 적자였다. 이 역시 이른바 연말 ‘밀어내기’라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 때문으로 전해졌다. 2월이면 다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정부는 자신했다.
무역수지 적자에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1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바뀌겠지만 올 150억달러 흑자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월과 7~8월에도 소폭 적자 또는 균형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1월 고용 통계에는 이례적,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실업자가 121만6천명으로 36만8천명(43.4%) 늘었다. 2000년 2월 122만3천명 이래 10년 만에 최대치다. 실업률은 5.0%로 급등하며 근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회의 예산심의 지연 탓에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 사업이 지난해 종료된 뒤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정책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2~3월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와 경상수지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며 “고용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살아나고 있고 전체적으로도 큰 흐름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며 지표들도 1월보다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여러 일시적 현상이 겹쳤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확대해석할 사안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경기지수 주춤에 주목..대외 불안요인에 촉각
하지만 추세성이 짙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지표도 없지 않다. 경기지표들이 대표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전망치는 102.3으로 작년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며 100선을 위협하고 있다. BSI 전망치가 5개월째 하락한 것은 200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차는 작년 10~11월 0에 이어 12월에는 0.3포인트 하락하면서 10개월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0.2%포인트 오르며 12개월째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둔화됐다.
이런 현상은 작년 3분기까지 쾌속으로 회복하는 바람에 나타나는 기저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일시적 하락을 거치면서 상승하는 경기확장국면에서의 패턴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경기 수축이 아니라 일시 둔화로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치면서 상승탄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상반기에도 재정 조기집행에 나섰지만 작년보다는 재정의 힘이 약화된 만큼 민간의 회복속도가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고용은 1월에도 봤듯이 민간 고용시장이 힘을 되찾기 전에 정책효과가 사라지면 충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게다가 대외 불안요인을 고려한다면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체감경기가 맑지만은 않은 것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현실화되면 바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상황에 따라 살아나는 실물경제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PIIGS(포루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불안은 고비를 넘기는 형국이지만 유로지역의 신용불안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금융규제를 비롯한 주요국의 출구전략과 맞물릴 경우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2.7로, 3개월째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1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연초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강세를 띠면서 물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앞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며 이런 문제들은 대외적인 측면, 구조적인 문제들이기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금융완화로 봉합했던 잠재적 불안요인이 올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김현욱 부장도 “아직은 물가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견실화되면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물가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며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의 재정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월 실업자가 10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내고 물가가 9개월만에 3%대로 올라섰으며 무역수지가 12개월만에 적자를 냈다. 1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인 만큼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현상이 여러 1월 지표에서 동시 출현한 만큼 우연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상승세를 타던 경기지표도 탄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불안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 회복 국면에서 잠복한 대외 악재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물가.무역수지 이어 실업자도 출렁..모두 일시적?
1월 지표 중 먼저 이상신호를 보낸 물가와 무역수지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1월 대비 3.1%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는 3.8% 올라 2008년 11월(4.0%) 이후 14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와 악천후 탓이었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얘기다.
실제 작년 1월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351.87원으로 연중 최저치였지만 지난달에는 1천661.15원으로 300원 넘게 올랐다. 폭설과 한파로 농산물값은 4.1% 상승한 가운데 배추, 상추는 30% 넘게 올랐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데다 빵과 라면 가격이 내리면서 2월에는 다시 2%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무역수지는 4억6천800만달러 적자를 냈다. 12개월만의 적자였다. 이 역시 이른바 연말 ‘밀어내기’라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 때문으로 전해졌다. 2월이면 다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정부는 자신했다.
무역수지 적자에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1월 경상수지도 적자로 바뀌겠지만 올 150억달러 흑자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월과 7~8월에도 소폭 적자 또는 균형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1월 고용 통계에는 이례적,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실업자가 121만6천명으로 36만8천명(43.4%) 늘었다. 2000년 2월 122만3천명 이래 10년 만에 최대치다. 실업률은 5.0%로 급등하며 근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회의 예산심의 지연 탓에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 사업이 지난해 종료된 뒤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정책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2~3월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와 경상수지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며 “고용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살아나고 있고 전체적으로도 큰 흐름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며 지표들도 1월보다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여러 일시적 현상이 겹쳤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확대해석할 사안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경기지수 주춤에 주목..대외 불안요인에 촉각
하지만 추세성이 짙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지표도 없지 않다. 경기지표들이 대표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전망치는 102.3으로 작년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며 100선을 위협하고 있다. BSI 전망치가 5개월째 하락한 것은 200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차는 작년 10~11월 0에 이어 12월에는 0.3포인트 하락하면서 10개월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0.2%포인트 오르며 12개월째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둔화됐다.
이런 현상은 작년 3분기까지 쾌속으로 회복하는 바람에 나타나는 기저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일시적 하락을 거치면서 상승하는 경기확장국면에서의 패턴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경기 수축이 아니라 일시 둔화로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치면서 상승탄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상반기에도 재정 조기집행에 나섰지만 작년보다는 재정의 힘이 약화된 만큼 민간의 회복속도가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고용은 1월에도 봤듯이 민간 고용시장이 힘을 되찾기 전에 정책효과가 사라지면 충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게다가 대외 불안요인을 고려한다면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체감경기가 맑지만은 않은 것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현실화되면 바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상황에 따라 살아나는 실물경제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PIIGS(포루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불안은 고비를 넘기는 형국이지만 유로지역의 신용불안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금융규제를 비롯한 주요국의 출구전략과 맞물릴 경우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2.7로, 3개월째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1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연초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강세를 띠면서 물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앞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며 이런 문제들은 대외적인 측면, 구조적인 문제들이기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금융완화로 봉합했던 잠재적 불안요인이 올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김현욱 부장도 “아직은 물가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견실화되면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물가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며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의 재정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