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지난 15일 내놓은 ‘산업용 전력판매량 감소세 둔화’ 자료에서 이례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6일엔 한전이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빨리 1·4분기 영업실적을 공개했다. 1분기에만 1조 76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손실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밝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강연에서 “경기가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면 전기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한전의 자구노력이 선행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난해 전기료 인상에서 빠진 ‘주택용 전력’이 이번에 인상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반대는 더 심하다. 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기료 인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정부의 ‘수출 올인’ 정책과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과 관련해 많은 요소를 검토하며 고민하고 있다.”며 “단시일 내에 결정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값 인상 요인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과소비도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가 싼 탓이 아니라 산업구조가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일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인당 소비전력량은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이 7702㎾h로 일본(6970㎾h)과 프랑스(72 86㎾h), 독일(6551㎾h)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이를 가정용과 산업용 전력으로 나눠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은 전체 14.1%(5만 2537GWh)에 그쳤다. 반면 산업용은 51%(18만 9462GWh)나 차지했다. 일본은 산업용이 32.7%, 가정용은 28.5%로 이뤄졌다. 미국(36.3%)과 독일(26.9%), 프랑스(34.2%)도 가정용 전력이 큰 비중을 보였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구조의 영향으로 1인당 전력소비량이 많아진 셈이다. 이는 요금을 인상해도 전기 수요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지난달 전력 판매량에서 주택용(465만 6000㎿h) 전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9-04-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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