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창업 돈줄 숨통 트인다

서민 창업 돈줄 숨통 트인다

이두걸 기자
입력 2007-07-10 00:00
수정 200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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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저소득 금융소외계층의 창업과 경영지원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이 본격화된다.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는 9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0억원 규모의 ‘하나희망펀드’를 조성, 금융소외계층의 창업·경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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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실현 가능성 지원 기준

하나은행은 펀드운용과 금융지원을 담당할 비영리법인인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에 3년간 단계적으로 3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대출 심사와 컨설팅을 담당할 희망제작소 내 ‘소기업발전소’ 설립자금으로 20억원을 별도 기부할 계획이다.

대출 형태는 소기업 발전소에서 공모 방식으로 창업 지원자들의 타당성을 심사한 뒤 하나은행에 대출을 요청하면 하나은행에서 이들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음달 초 공모를 받은 뒤 오는 10월쯤 대상자가 선정된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사회적 기업이나 농업 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창의성이 있는지, 그리고 사업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7개 시중은행이 신용회복위원회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에 20억원씩을 갹출했다. 은행연합회 역시 별도의 소액대출 전문기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단독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전북은행은 이번 달부터 전북지역 내 신용도 미달자와 고리사채 사용자 등을 대상으로 저리로 최고 1000만원까지 자금을 빌려주는 ‘서브 크레디트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신한 등 금융지주사들도 자회사를 통해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사회복지 넘어 소기업가 정신 확산 유도

이번 사업의 특징은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빈곤계층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소기업 창업·유지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기회를 주는 셈이다. 이를 위해 대상자 1인당 대출규모는 5000만∼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다. 대출금리는 연 3∼4%에 불과하다.

또한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 집단을 활용, 상품디자인과 마케팅 기법, 법률자문, 유통경로 확보 등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소기업 탄생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열 행장은 “고리대부업 이용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기존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와는 달리 창업해서 자립하려는 계층을 지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다만 2억원씩 대출이 이뤄졌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50명 정도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흐름’으로 자리잡기에는 적은 숫자다. 박 이사는 “소액 대출 전문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경제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한국적 현실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하나은행과 협의해 대상 기업을 점차 늘려나가 사회에 소기업가 정신 등이 생겨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7-07-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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