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 세계적인 일류 상품을 만든다.´
한국 아줌마들의 ‘토종적 쇼핑 성향’과 ‘매서운 훈수’가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고급 상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개발한 제품이 해외로 역수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줌마들의 상품 고르는 안목이 까다롭고, 시장이 이 눈높이에 맞춰가다 보니 세계 최고의 상품이 탄생한다. 식품 매장에선 시식을 해야 하고 사은품도 받아야 하는 특성도 가졌다. 또 유행에 민감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즐겨 잠시도 업체들의 머리를 쉬게 만들지 않는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설도원 상무, 한국피자헛㈜ 이관섭 이사, 한국쓰리엠(3M) 전형재 팀장, 한국크로락스 이수정 과장 등 마케팅 베테랑들에게 비결을 들어봤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불평이 원동력
역수출 상품의 탄생은 아줌마들의 ‘직설적인 불평’이 원동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피자헛 이 이사는 “우리 나라 아줌마들은 불평사항을 반드시 알려 주고, 특히 짜다·달다·맵다 등 이유까지 말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별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아줌마들의 경우 의견을 잘 내놓지 않고 음식 맛이 없어도 ‘고맙다.’고 말한 뒤 다음엔 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 만큼 아줌마들의 ‘입심’이 음식 맛을 향상시키고, 다양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남편 입맛이 까다로우면 아내의 음식 솜씨가 맛깔스러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국피자헛이 3년전에 출시한 ‘리치골드’는 아줌마들의 ‘불평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회사측은 치즈가 많아 짜다는 이들의 ‘훈수’에 모차렐라 치즈에 달콤한 고구마 띠를 두른 피자 제품을 내놓았다. 리치골드는 1년 만에 1000만판을 판매하는 히트를 쳤고, 일본으로 역수출됐다. 중국 피자헛 기술연구팀은 벌써 노하우를 배우고 갔다.
●아줌마 편지가 세계를 바꾸다
한국쓰리엠은 96년 주부 소정화씨가 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소씨는 자신을 문수엄마라고 소개한 뒤 ‘양면수세미’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내민 양면수세미란 강력한 것과 고운 것을 양면에 단 제품이다. 설거지를 할 때 그릇마다 수세미를 번갈아 쓰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2년 후인 98년 ‘삼중 수세미’가 탄생했다. 이 제품은 월 10만장을 돌파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해외 마케팅 담당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세계로 역수출되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쓰리엠은 이를 계기로 2년마다 ‘스카치 브라이트 주부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있다.2000명이 참가해 6000건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한국쓰리엠 전 팀장은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보완하는 한국쓰리엠의 원칙이 자리잡는데 삼중수세미 개발건이 일조를 했다.”면서 “단계마다 소비자의 평가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돈을 쏟아 개발한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노”라고 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단다.
●근검 절약의 생활화
몇 천원짜리 일회용 생활용품도 아줌마부대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크로락스 이 과장은 “한국 주부들은 플라스틱 숟가락도 함부로 버리지 않을 만큼 알뜰하다.”면서 “일회용 용기인 ‘그래드’를 평균 6개월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컴퓨터, 휴대전화, 화장품 등 유행에 민감한 제품은 과감하게 구입하지만, 생활용품에 대해선 굉장히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1년 10월 국내 진출한 크로락스는 일회용이란 틀을 벗어던지고 지난해 견고하고 튼튼한 제품으로 업 그레이드했다. 밀폐력과 밀봉력을 높이고,100%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해 오래 사용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도록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호주와 아시아 지역으로 역수출된다.
●값이 싸도 고급스러워야
‘싼 가격, 고 품질’을 요구하는 아줌마들의 이중적 소비 스타일도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테스코 설 상무는 “미국·유럽의 할인점은 싼 가격만으로 승부수를 걸어 대부분 창고형 매장”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선 백화점급 서비스를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문화센터·미용실 등을 입점시켜 발길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삼성과 합작해 국내 진출한 홈플러스는 매장에 푸드코트, 약국, 어린이 놀이터, 레스토랑, 미용실 등을 마련했다.
영국의 본사는 최근 한국매장의 문화센터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전국 34개 매장의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회원 40만명은 확실한 고급 고객이기 때문이다.
설 상무는 “선진 유통기법을 지녔더라도 한국 아줌마들의 이같은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 남기 어렵다는 것이 외국 유통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평가
아줌마들의 또다른 힘은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진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품의 사용 후기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입소문보다 무서운 ‘웹 소문’이다.
한국피자헛 이 이사는 “한국이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문화를 흡수하면서 세계 흐름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성공하면 태국·중국 등 아시아권을 섭렵한다는 게 마케팅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훈수하길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이 역수출 상품을 만들어가는 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은주 서재희기자 ejung@seoul.co.kr
한국 아줌마들의 ‘토종적 쇼핑 성향’과 ‘매서운 훈수’가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고급 상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개발한 제품이 해외로 역수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설도원 상무, 한국피자헛㈜ 이관섭 이사, 한국쓰리엠(3M) 전형재 팀장, 한국크로락스 이수정 과장 등 마케팅 베테랑들에게 비결을 들어봤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불평이 원동력
역수출 상품의 탄생은 아줌마들의 ‘직설적인 불평’이 원동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피자헛 이 이사는 “우리 나라 아줌마들은 불평사항을 반드시 알려 주고, 특히 짜다·달다·맵다 등 이유까지 말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별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아줌마들의 경우 의견을 잘 내놓지 않고 음식 맛이 없어도 ‘고맙다.’고 말한 뒤 다음엔 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 만큼 아줌마들의 ‘입심’이 음식 맛을 향상시키고, 다양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남편 입맛이 까다로우면 아내의 음식 솜씨가 맛깔스러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국피자헛이 3년전에 출시한 ‘리치골드’는 아줌마들의 ‘불평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회사측은 치즈가 많아 짜다는 이들의 ‘훈수’에 모차렐라 치즈에 달콤한 고구마 띠를 두른 피자 제품을 내놓았다. 리치골드는 1년 만에 1000만판을 판매하는 히트를 쳤고, 일본으로 역수출됐다. 중국 피자헛 기술연구팀은 벌써 노하우를 배우고 갔다.
●아줌마 편지가 세계를 바꾸다
한국쓰리엠은 96년 주부 소정화씨가 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소씨는 자신을 문수엄마라고 소개한 뒤 ‘양면수세미’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내민 양면수세미란 강력한 것과 고운 것을 양면에 단 제품이다. 설거지를 할 때 그릇마다 수세미를 번갈아 쓰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2년 후인 98년 ‘삼중 수세미’가 탄생했다. 이 제품은 월 10만장을 돌파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해외 마케팅 담당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세계로 역수출되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쓰리엠은 이를 계기로 2년마다 ‘스카치 브라이트 주부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있다.2000명이 참가해 6000건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한국쓰리엠 전 팀장은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보완하는 한국쓰리엠의 원칙이 자리잡는데 삼중수세미 개발건이 일조를 했다.”면서 “단계마다 소비자의 평가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돈을 쏟아 개발한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노”라고 말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단다.
●근검 절약의 생활화
몇 천원짜리 일회용 생활용품도 아줌마부대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크로락스 이 과장은 “한국 주부들은 플라스틱 숟가락도 함부로 버리지 않을 만큼 알뜰하다.”면서 “일회용 용기인 ‘그래드’를 평균 6개월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컴퓨터, 휴대전화, 화장품 등 유행에 민감한 제품은 과감하게 구입하지만, 생활용품에 대해선 굉장히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1년 10월 국내 진출한 크로락스는 일회용이란 틀을 벗어던지고 지난해 견고하고 튼튼한 제품으로 업 그레이드했다. 밀폐력과 밀봉력을 높이고,100%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해 오래 사용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도록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호주와 아시아 지역으로 역수출된다.
●값이 싸도 고급스러워야
‘싼 가격, 고 품질’을 요구하는 아줌마들의 이중적 소비 스타일도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테스코 설 상무는 “미국·유럽의 할인점은 싼 가격만으로 승부수를 걸어 대부분 창고형 매장”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선 백화점급 서비스를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문화센터·미용실 등을 입점시켜 발길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삼성과 합작해 국내 진출한 홈플러스는 매장에 푸드코트, 약국, 어린이 놀이터, 레스토랑, 미용실 등을 마련했다.
영국의 본사는 최근 한국매장의 문화센터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전국 34개 매장의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회원 40만명은 확실한 고급 고객이기 때문이다.
설 상무는 “선진 유통기법을 지녔더라도 한국 아줌마들의 이같은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 남기 어렵다는 것이 외국 유통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평가
아줌마들의 또다른 힘은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진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품의 사용 후기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입소문보다 무서운 ‘웹 소문’이다.
한국피자헛 이 이사는 “한국이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문화를 흡수하면서 세계 흐름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성공하면 태국·중국 등 아시아권을 섭렵한다는 게 마케팅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훈수하길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이 역수출 상품을 만들어가는 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은주 서재희기자 ejung@seoul.co.kr
2006-02-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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