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지존을 향하여…” 진로잡기 물밑전쟁

“소주 지존을 향하여…” 진로잡기 물밑전쟁

입력 2004-11-04 00:00
수정 2004-11-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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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다국적 주류업체인 얼라이드 도멕의 국내 자회사인 진로발렌타인스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은 “진로를 인수해 한국 소주를 세계시장에 내놓고 싶다.”며 외국계 기업 가운데 첫 진로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앞서 ㈜두산은 한기선 전 진로 부사장을 주류BG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마케팅 강화 차원이라는 두산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두산이 진로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부터 진로 담보채권(4000억원)을 매입한 대한전선은 “가격만 맞으면 인수하겠다.”며 국내 기업 가운데 첫 공식 인수 의사를 표명했다.

인수·합병(M&A)시장의 최대 매물인 진로를 인수하기 위한 ‘소주 전쟁’이 뜨거워 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진로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은 대략 10여곳. 국내 기업으로는 두산과 대한전선, 하이트맥주, 롯데,CJ 등이 대표적이며, 외국계 기업으로는 얼라이드 도멕, 디아지오, 아사히, 뉴브리지캐피털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매각 대금이 변수

진로 인수에 최대 걸림돌은 매각 대금. 인수 희망업체들이 수면 밑에서 ‘잠복 활동’을 펼치는 것은 서로 나서다가 매각 대금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유광 진로 법정관리인은 최근 “진로의 자산 가치는 대략 1조 9000억∼2조 5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진로의 지난 3년간 평균 영업이익은 1187억원, 평균 영업이익률은 20%를 기록했다. 올 9월까지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55.1%로 진로를 손에 쥘 경우 국내 소주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또 일본 소주시장 판매량(448만상자) 1위 등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더군다나 소주는 특성상 불황일수록 잘 팔리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금맥’과 비견되는 수준이다.

물밑 합종연횡 치열

업계에서는 진로 인수를 위한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간의 물밑 ‘짝짓기’가 한창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매각 대금과 독과점 시비 우려 등으로 외국계 기업과 손잡고 인수를 추진할 수밖에 없으며, 외국계 기업도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기에는 국내 정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주와 맥주 시장을 점령한 외국계 기업들이 소주 시장마저 홀로 삼킨다면 비난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아닌 한국의 대기업과 손잡고 진로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이같은 예측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두산. 소주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데다 독과점 시비와 인수 대금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컨소시엄 구성이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자회사인 하이트소주를 매각함으로써 진로를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문제를 사전에 제거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는 현재 ‘정중동’이다. 관계자는 “관심은 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관망 중이다.”고 설명했다.CJ의 잇단 자산 매각도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며 ‘합종연횡’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다음달 매각공고가 나온 이후부터는 기업간 짝짓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진로의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은 현재 진로의 자산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작업이 한창이다.

다음달 매각공고를 낸 뒤 내년 상반기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예정보다 4개월가량 늦어진 것으로 내년 7∼8월에는 진로의 ‘새주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4-11-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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