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자는 항렬순이 아니잖아요”

“주식부자는 항렬순이 아니잖아요”

입력 2004-10-07 00:00
수정 2004-10-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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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보유는 항렬순이 아니잖아요.’

최근 ‘에퀴터블’이 발표한 한국의 100대 주식부호 가운데 아버지보다 아들이,형보다 동생이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심을 끈다.

승계가 끝난 기업이야 2세,3세들의 주식이 많은 것이 당연하지만 경영권을 아직 놓지 않은 가문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 주식을 통한 ‘소유권’ 승계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말 현재 보유 중인 상장사·비상장사 주식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는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이건희 삼성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처럼 아버지가 아들보다 부자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은 1조 190억원으로 4위에 올라 6680억원으로 6위에 그친 아버지보다 앞섰다.형인 신동주 롯데알미늄 이사(9820억원)보다도 많아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1130억원으로 아버지 정세영 명예회장(770억원)보다 많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9위,21위로 서열이 유지됐던 KCC가문도 올들어 순위가 바뀌었다.정몽진 회장이 2260억원으로 28위에 올라 아버지인 정상영 명예회장(2150억원·29위)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SBS쪽도 SBSi 윤석민 사장이 64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아버지 윤세영 회장은 100대 부호에 진입하지 못했다.

‘장자승계’의 원칙이 대부분 지켜지는 재계의 가풍과 달리 형보다 주식이 많은 동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구인회-구자경-구본무 회장으로 내려오며 항렬이 높은 삼촌보다 장남을 우선시했던 LG그룹에서도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이 2820억원으로 형인 구본무 LG회장(2790억원)을 간발의 차로 앞선 것.지난해에는 구본무 회장이 23위로 구 부회장보다 한단계 위였지만 구 회장이 ㈜LG외에 다른 계열사 주식을 처분한 반면 구 부회장은 계열사 주식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한국타이어 조현범 상무도 1070억원으로 860억원에 그친 형 조현식 부사장을 눌렀다.

분가가 예정된 한진그룹도 형제 순이 주식 순위와 일치하지 않았다.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1820억원으로 3형제 중 가장 많았지만 삼남인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1150억원으로 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910억원)보다 많았다.조남호 회장도 지난해보다 210억원이나 늘리며 ‘분전’했지만 330억원이 늘어난 조수호 회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올해까지는 부자(父子)순이 지켜진 파라다이스그룹도 최근 전락원 회장이 전필립 부회장에게 주식을 대거 양도하고 있어 조만간 순위가 바뀔 전망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4-10-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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