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강북구 여성공무원 첫 숙직

[현장 행정] 강북구 여성공무원 첫 숙직

김경운 기자
입력 2007-03-23 00:00
수정 2007-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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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여성 공무원들이 야간 숙직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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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당직근무만 하던 여직원들이 밤에 숙직을 서는 것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이다.

여성 공무원들의 숫자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양성평등’의 실현이라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강북구의 경우 여성직원은 197명으로 전체 인원의 37%이다. 이 가운데 숙직을 희망한 여직원 19명이 두어달에 한번꼴로 숙직을 하게 된다. 하루 숙직비는 5만원. 지난 21일 오후 6시 강북구청 당직실. 당직사령 최경희(44·여) 여성복지센터장은 온라인을 통해 서울시청 야간상황실에 숙직자 명단을 보고했다.

이날 숙직은 최 팀장 등 여성 4명과 운전기사, 주차장 관리, 방재담당자 남성 3명 등 모두 7명이 맡았다. 오후 6시30분 건물 출입문을 모두 닫았다. 외부와 통하는 문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당직실 출입구뿐이다. 숙직자들은 교대로 10분 만에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당직실 전화벨이 사정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밤 12시까지 40∼50통이 걸려 온다.

가장 많은 민원이 주차 문제다.“우리 우선주차구역에 차량번호 ××××가 주차를 했으니 빨리 치워 주세요.”이밖에 “개가 동네를 돌아 다닌다.”“교통신호등이 꺼졌다.” 등등 제보와 민원이 쏟아진다.

최 팀장은 견인차 업체에 연락해 불법주차를 해결했다. 유기견은 동물구호기관에 연락하고, 신호등 문제는 경찰서 당직반에 전달했다. 틈틈이 소방서 등과의 비상연락망을 확인하고 17개 동사무소로부터 ‘퇴청보고’도 받았다.

●여직원들끼리 야간 순찰도

당직실에 설치된 무인서류발급기를 찾는 주민들도 제법 많았다. 심야에도 주민등록등·초본,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등을 뗄 수 있다. 한 할머니가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왔는데, 본인 확인을 위한 지문인식 장치에 손가락을 대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최 팀장은 할머니의 엄지손가락에 입김을 불어 지문확인을 도와 주었다. 집에서 물 일(설거지)을 많이 하는 주부들은 지문이 엷어지곤 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숙직자들은 밤 9시30분부터 15분 동안 청사 주변외곽을 도보로 순찰했다. 밤 10시30분부터 비상열쇠를 들고 각 사무실의 보안상황을 점검했다. 밤 11시30분부터 조를 나눠 취약지역 3곳을 자동차로 순찰했다. 최 팀장은 1코스인 도봉로∼솔나무길∼삼양로∼한천로 등을 돌았다.

●2시간 자고 다음날 오전 근무

숙직자들은 다음날 오전 2시부터 6시까지 교대로 2시간씩 새우잠을 잤다. 오전 6시 꽁초 등이 함부로 버려진 구청 앞을 청소했다. 아침에 출근한 행정관리국장에게 숙직상황 보고를 하고 근무일지, 상황일지, 민원접수대장 등 서류를 상황실에 반납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 1시에야 퇴근을 했다.

최 팀장은 저녁식사를 못했다.‘고참 언니’의 첫 숙직이라고 후배 여직원들이 통닭,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주전부리를 듬뿍 사왔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여성도 당연히 숙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취객이 난동을 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망설여졌다.”면서 “이렇게 밤이 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7-03-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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