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인형 승무원, 우주정거장서 왜 못 돌아왔나

비밀 인형 승무원, 우주정거장서 왜 못 돌아왔나

박종익 기자
박종익 기자
입력 2019-03-14 17:38
수정 2019-03-1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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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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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어시를 보고 있는 ISS 우주비행사 앤 매클레인, 맨 오른쪽은 마네킹 리플리.  출처 NASA
인형 어시를 보고 있는 ISS 우주비행사 앤 매클레인, 맨 오른쪽은 마네킹 리플리.
출처 NASA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발사된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 ‘크루 드래건’에는 인간 대신 마네킹이 탑승해 큰 관심을 모았다. 머리와 척추 등에 센서를 장착한 이 마네킹의 이름은 리플리로 SF영화 ‘에일리언’의 시거니 위버가 연기한 주인공 이름이다. 원래 크루 드래건은 유인이지만 이번에는 최종 점검 차원에서 리플리가 대신 탑승했다. 발사 후 ISS로 날아가 성공적으로 도킹한 크루 드래건은 지난 8일 오후 대서양에 착수(着水)하며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이에 리플리도 무사히 고향 땅을 밟았지만 사실 돌아오지 못한 ‘비밀´ 승무원이 있었다. 이 승무원의 이름은 지구를 닮은 봉제인형 어시(Earthy)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해 기내를 둥둥 떠다닌 어시는 ISS에 남아 세 우주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짐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앤과 데이비드, 올레그가 잘 교육시켜 어시가 완벽한 승무원이 되기 바란다”는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현재 ISS에는 미국의 앤 매클레인과 캐나다의 데이비드 세인트자크스 그리고 러시아의 올레그 코노넨코 등 세 사람이 머물며 임무를 수행 중에 있다.

인류가 만든 첨단 우주과학기술의 상징과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의외로 그 인연은 길다. 우주 임무에 처음으로 인형이 투입된 것은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이다. 당시 그는 작은 인형을 가지고 우주선에 탑승했으며 이후 이는 전통이 됐다. 2014년 12월에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 올라프가 돈 한 푼 안 내고 ISS에 올랐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형은 ‘토이스토리’ 주인공 버즈 라이트 이어로, 지난 200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ISS에 탑승해 15개월을 머물다 지구로 귀환했다. 흥미로운 점은 우주로 간 인형도 임무가 있다는 사실. 인형은 ISS의 극미중력 상태를 보여 주는 것은 물론 우주비행사의 안전과 행운을 기원하는 ‘부적’ 역할도 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2019-03-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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