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진실한 사람’ 키케로/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진실한 사람’ 키케로/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입력 2016-02-02 22:34
수정 2016-02-0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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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3년 로마의 탁월한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BC 43)는 로마 공화정 최고의 공직인 집정관 후보로 출마했다. 키케로는 귀족 출신이 아닌 기사 계급인 데다 정치 신인이었다. 당시 안토니우스와 같은 쟁쟁한 명문가 출신 정치인들과 경쟁하면서 승리를 위해 분투했다.

집정관이 되겠다고 나선 형을 보면서 동생 퀸투스가 키케로를 위해 권고한 선거 전략 가운데 흥미로운 게 여럿 있다. ‘출신 환경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천성과 노력으로 얻은 풍부한 자질을 적극 활용하라’, ‘유권자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를 택해 기대감을 주도록 애써야 한다’는 대목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지지자와 협력자를 확보하기 위해 키케로가 ‘진실한 사람’임을 확신하게 만들라는 조언이다. 일시적이고 선거용이 아닌 지속적이고 굳건한 우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라는 취지의 권고다.

이는 예산 폭탄과 특혜의 보장 등 선심성 거래를 통해 우정과 유대를 만들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철저한 공화주의자였던 키케로의 정치 철학에 대한 불변성을 유권자에게 강조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동생 퀸투스의 선거 전략이 주효했는지 키케로는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어 집정관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 뒤로 로마 시민의 믿음에 부응하면서 로마 공화정을 끝까지 사수하다 최후를 마쳤다.

요즘 시중에도 ‘진실한 사람’들의 경합이 주목을 끈다. 세상에는 진실한 사람이 넘친다. 하지만 인간사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진실의 기준은 여럿이다. 사랑하는 남녀 간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최고의 진실일 테다. 학자에겐 치열한 탐구정신과 독창성이 탁월한 진실이 될 터. 정치인에겐 당파적 이익보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시대적 화두에 충실히 응답하는 것이 진실의 덕목이 아닐까.

국회의원은 입법자이자 국정의 감시자다. 국회의원은 선량(選良)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의 뜻 그대로 무언가 탁월하기에 뽑힌 사람들이다. 따라서 응당 가장 탁월하고 진실해야 할 사람들이다.

특히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면 금상첨화.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이런 사람들이라 믿고 싶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야말로 탁월한 입법과 정책 창안을 이끌 사람들이 선출돼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기필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설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2016-02-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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