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수렁에 빠진 한국무역

[염주영 칼럼] 수렁에 빠진 한국무역

입력 2007-02-08 00:00
수정 2007-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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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의 앞날이 어둡다. 요즘의 상황은 급전직하다. 중국시장이 특히 그렇다. 원고와 엔저가 위력을 발휘하며 우리 수출산업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중국특수는 빠른 속도로 소멸중이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라며 쳐다 보지도 않았던 중국의 토종기업들이 이제는 우리 자리를 위협한다. 악명 높은 강성노조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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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수렁에 빠지는 조짐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상품은 일본의 기술에 밀리고, 중국의 저가공세에 또 밀린다. 중·일 양국의 협공에 포위돼 옴짝달싹 못할 지경이 됐다. 세계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현대차가 별안간 뒤뚱거리는 오늘의 모습에서 한국무역의 불안한 내일을 읽을 수 있다. 오죽하면 세계최강 기업중 하나로 성장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마저도 “일본은 달아나고 중국은 쫓아와 한국은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했을까.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늘어나는 반면 중국과의 무역흑자는 5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액이 60억달러 수준으로 격감했다. 우리는 1998년 한 해 400억달러의 흑자를 낸 적이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흑자액은 7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9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상수지 흑자시대는 지금이 끝물이다.

그런데도 도무지 위기의식이 없다. 정부는 턱 없는 낙관론에 젖어 있고, 정치인들은 정권쟁탈전에 여념이 없다. 기업들만 전전긍긍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니 국민도 제모습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해외여행 다니고 자녀들 해외유학 보내느라 펑펑 써대기 바쁘다. 그 바람에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연간 180억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3000억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고유가, 원고, 엔저, 그리고 악성 노사분규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 거둔 값진 결실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이처럼 불안하다. 상황은 급전직하하는데 우리는 수출 3000억달러 돌파에 도취되어 상황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변화 자체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중국시장이 멀어지고 있다. 중국특수 호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중국은 우리에게 지난 10년간 11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안겨준 황금시장이었다. 그러나 한때 40%를 상회하던 대중국 투자와 수출 증가율이 근래에는 10%대까지 격감했다. 미·일·EU의 선진기업들에다 중국 토종기업들까지 가세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점차 수세에 몰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를 방치하면 우리의 황금시장이 경쟁국 기업들에 넘어가고 말 것이다.

한국무역이 직면한 위기 극복의 해법도 중국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시장 사수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수출기업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해 중국에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토종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조립형 산업을 장악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8년간의 경상수지 흑자시대를 마감하고 적자시대로 들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지금이 중요하다. 둑이 터지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일단 적자시대로 들어가면 흑자시대로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2007-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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