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수출대금 못받아 빚만 ‘눈덩이’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수출대금 못받아 빚만 ‘눈덩이’

입력 2006-06-23 00:00
수정 200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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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회사 대표입니다. 바이어에게 수억원의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은행과 거래처에 각각 3억여원 빚을 졌습니다. 사채도 5000만원 끌어 썼습니다. 바이어로부터 대금을 전부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만, 당장은 어렵습니다. 영업수익은 매월 500만원 이상씩 나지만, 이자 갚기에도 급급하고 지난달에는 심하게 독촉하는 개인 채권자에게 진 빚을 정리하느라 직원 급여도 1000만원 정도 밀렸습니다. 곧 부가가치세 납기일도 다가오는데, 들어올 자금과 재산은 조금밖에 없으니…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이명수(45) -

상거래에서 돈을 떼일 위험은 늘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은 이를 예상하고 거래조건을 결정하거나 외부에 보험을 들기 마련입니다. 아마 이명수씨는 수출보험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보험료가 부담이 돼 자발적으로 포기했는지, 수출입은행이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보험인수를 거절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어쨌든 현명하지 않은 선택을 한 셈입니다.

상거래에서는 채권자들이 채무자가 혹시 재산을 빼돌려놓고 대금을 못받았다고 의심하며 독촉을 심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채권자들의 심리상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은행돈·거래처의 물건·종업원의 노동, 그리고 개인의 돈을 끌어다가 외국의 업자를 부유하게 한 꼴인데, 외국의 수입업자를 국내의 채권자들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인 압박을 받을 때 채무를 재조정하는 회생 또는 파산을 고려해야 합니다. 새로운 차입을 시행해 기존 차입금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임금과 세금은 주지 못하고 다른 채권자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주식회사의 경우 법인 채무에는 경영자나 주주 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지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고, 조세채무는 과반수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 2차납세 의무를 집니다.

이에 반해 상거래상 발생한 채무나 장단기 차입으로 인한 채무는 돈을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 거래를 하라는 제약조건이 있는 것이므로, 채권자들을 고의로 속인 비행을 하지 않는 한 파산으로 면책받을 수 있습니다. 이명수씨의 경우에는 면책받을 수 없는 채무를 발생시켜 면책받을 수 있는 채무를 갚아버린 것이므로 장래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파산과 회생은 사업을 청산해 그것을 채권자에게 순위와 공평성의 기준에 따라 배분하느냐 아니면 사업을 유지하면서 청산했을 때 가치 이상으로 변제하는 방향으로 채무를 재조정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만,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클 때 회생을 택하는게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산가치란 기업을 정리했을 때 남은 가치이며, 계속기업가치란 기업을 계속 운영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흐름을 한몫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이명수씨 회사처럼 군소 제조무역업체들은 청산한다고 해도 채권자에게 돌아갈 만한 재산이라고 할 게 가구 몇 점과 전화기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청산을 하지 않고 회생으로 간다면, 채권자로서는 당연히 이익을 보게 됩니다. 파산절차에서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는데 지금 나오는 현금흐름에서 예를 들어 10년에 걸쳐 조금씩이라도 받는다면 채권자로서는 이익입니다. 게다가 기업을 유지하면 외국의 수입업자에게 물린 채권을 회수해 연쇄적으로 채권자들도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니 채권자들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 반대가 있어도 법원은 이를 억누르고 회생을 인정해줍니다.

다만 회생을 선택해도 개인은 이익을 보지 못합니다. 우리 금융관행은 법인의 대표이사나 대주주에게 금융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강요하는 후진적인 상태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명수씨의 금융기관에 대한 차입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명수씨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회사가 살아나도 이명수씨는 은행에 대한 채무를 면할 수 없습니다. 또 개인사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따라서 대표이사 개인의 파산신청은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개인파산에 의해 면책을 얻고 회생으로 유지되는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를 바탕으로 재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06-06-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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