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디에 매양 변치 않는
길이 있으랴/ 산다는 게 으레 그렇고
그런 거라고 오래 믿어 두었지만정녕 허다한
어느 길이 흘러도 변함없이
지난날만 같으랴/ 그리하여 다시 문을
열고 길 위에 서면 이미 한참 전에 떠나온
길인 듯 새삼 물결치는 저 엄청난
숙업과도 같은 시간들의 행렬을 보라
/ 아몸과 마음 슬쩍 길 위의 시절에 얹어
밤도 없이 낮도 없이 뒹굴어온 날들에게
경배를! / 끝내는 몸 하나 마음 하나
우거진 풀숲에 고개 숙여
아주 작은 추억마저 지우고 숨죽인 씨앗처럼
견디는 여름의 사랑이여
길도 때로는 꼬리를 친다팽팽하게 당겨진
연실이 빈 겨울 하늘 너머
아주 오래 된 이야기를
탱탱 끌어당기듯이/ 길도 가물가물
멀어지며 다가서며 내내
꼬리치는 길이 있다
사는 동안 그저 무심히 마음 한 켠
묻어두었던/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생각들이 웅웅거리며 몰려나와 문득
어디론가 끌고 가는 미증유의 오솔길
/ 행여 그 길 끝에 천년 만년 기다려온
새 아침이라도 열리는지/ 더러는 새도록
잠 못 이룬 그리운 님이라도
오시는지/ 설레며 두근거리며
걷는 길이 있다흙먼지 폴폴 일어
바람 한 올 지나가면 신작로 따라 아득히 서서 울던 미루나무 슬슬 또 뒷걸음질치는…
시인 김돈하의 「마음도 쉬어넘는
고개를 찾아서」중에서
길이 있으랴/ 산다는 게 으레 그렇고
그런 거라고 오래 믿어 두었지만정녕 허다한
어느 길이 흘러도 변함없이
지난날만 같으랴/ 그리하여 다시 문을
열고 길 위에 서면 이미 한참 전에 떠나온
길인 듯 새삼 물결치는 저 엄청난
숙업과도 같은 시간들의 행렬을 보라
/ 아몸과 마음 슬쩍 길 위의 시절에 얹어
밤도 없이 낮도 없이 뒹굴어온 날들에게
경배를! / 끝내는 몸 하나 마음 하나
우거진 풀숲에 고개 숙여
아주 작은 추억마저 지우고 숨죽인 씨앗처럼
견디는 여름의 사랑이여
길도 때로는 꼬리를 친다팽팽하게 당겨진
연실이 빈 겨울 하늘 너머
아주 오래 된 이야기를
탱탱 끌어당기듯이/ 길도 가물가물
멀어지며 다가서며 내내
꼬리치는 길이 있다
사는 동안 그저 무심히 마음 한 켠
묻어두었던/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생각들이 웅웅거리며 몰려나와 문득
어디론가 끌고 가는 미증유의 오솔길
/ 행여 그 길 끝에 천년 만년 기다려온
새 아침이라도 열리는지/ 더러는 새도록
잠 못 이룬 그리운 님이라도
오시는지/ 설레며 두근거리며
걷는 길이 있다흙먼지 폴폴 일어
바람 한 올 지나가면 신작로 따라 아득히 서서 울던 미루나무 슬슬 또 뒷걸음질치는…
시인 김돈하의 「마음도 쉬어넘는
고개를 찾아서」중에서
2005-11-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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