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

마음의 행로

입력 2005-11-10 00:00
수정 200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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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디에 매양 변치 않는

길이 있으랴/ 산다는 게 으레 그렇고

그런 거라고 오래 믿어 두었지만정녕 허다한

어느 길이 흘러도 변함없이

지난날만 같으랴/ 그리하여 다시 문을

열고 길 위에 서면 이미 한참 전에 떠나온

길인 듯 새삼 물결치는 저 엄청난

숙업과도 같은 시간들의 행렬을 보라

/ 아몸과 마음 슬쩍 길 위의 시절에 얹어

밤도 없이 낮도 없이 뒹굴어온 날들에게

경배를! / 끝내는 몸 하나 마음 하나

우거진 풀숲에 고개 숙여

아주 작은 추억마저 지우고 숨죽인 씨앗처럼

견디는 여름의 사랑이여

길도 때로는 꼬리를 친다팽팽하게 당겨진

연실이 빈 겨울 하늘 너머

아주 오래 된 이야기를

탱탱 끌어당기듯이/ 길도 가물가물

멀어지며 다가서며 내내

꼬리치는 길이 있다

사는 동안 그저 무심히 마음 한 켠

묻어두었던/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

생각들이 웅웅거리며 몰려나와 문득

어디론가 끌고 가는 미증유의 오솔길

/ 행여 그 길 끝에 천년 만년 기다려온

새 아침이라도 열리는지/ 더러는 새도록

잠 못 이룬 그리운 님이라도

오시는지/ 설레며 두근거리며

걷는 길이 있다흙먼지 폴폴 일어

바람 한 올 지나가면 신작로 따라 아득히 서서 울던 미루나무 슬슬 또 뒷걸음질치는…

시인 김돈하의 「마음도 쉬어넘는

고개를 찾아서」중에서
2005-11-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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