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이 끝난지 13년,일본 샐러리맨들에게 내 집은 재테크 대상에서 제외된지 오래다.거액을 쏟아부으면 손해만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천정부지로 뛴 서울 강남 같은 광기의 부동산 열풍은 일본에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 이야기다.거품 때 평당 343만엔이던 도쿄의 평당 분양가는 올해 192만엔으로 44%나 떨어졌다. 부동산 하락세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기는 했어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남녀 증가 등의 이유가 겹쳐 일본에서는 집을 사지 않는 30대가 늘고 있다.마이홈은 더 이상 젊은 샐러리맨의 꿈이 아니게 된 것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이즈미(36)는 올 4월부터 마이홈 족이 됐다.널찍하고 모든 게 새것인 내 집에서 네 식구가 생활하게 된 것에 입주한 지 반년이 지난 요즘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차분히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집에 들어간 돈만큼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지금의 디플레이션이 언제쯤 끝나 집값이 오를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다.뿐만 아니다.집 장만을 위해 은행에서 꾼 장기대출금 2000만엔의 30년 상환도 어깨에 얹혀진 무거운 짐이다.
●“거품 아직 덜 빠졌다.”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즈미는 도쿄와 이웃한 수도권 이바라키현의 비좁아 터진 사택(社宅)에 살다가 “사택생활을 하며 생기는 부인끼리,아이들끼리의 갈등 때문에 못 살겠다는 집 사람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을 지어 이사나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갖고 있던 돈과 부친의 유산을 종자돈으로 사들인 토지 60평에 2층짜리 집을 지었다.어림잡아 4300만엔이 들어갔다.도쿄가 아닌 지방에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평생 이곳에 살 각오를 했다.그러나 집이 완성된 순간부터 집값이 떨어질 각오도 함께 해야 했다.
집을 산 뒤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마스미(40·여).그녀는 3년 전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전철로 20분 떨어진 스기나미 구에 아파트(전용면적 57㎡)를 구입했다.신축 아파트인데다 은행 대출금 없이 현찰로 사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독신이든,결혼하든 집 한 채 지니고 있으면 이리저리 이사다니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은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였다.
직장생활로 모은 돈과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유산,어머니에게서 빌린 돈으로 구입 당시 가격이 4200만엔.그때까지는 좋았다.그러나 얼마 전 지방으로 이주할 일이 생겼다.
가격이나 알아볼 셈으로 부동산회사에 문의했던 그녀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집값이 떨어진 사실을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마침 나고야에서 도쿄로 이사오려는 사람이 있어 3600만엔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부동산회사의 대답이었다.이 회사는 한술 더 떠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작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몇달 지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훈수를 겸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나마 전철 역에서 가깝고,이른바 로열층이라 3600만엔도 제대로 받는 것이라 한껏 스스로를 위로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손해라는 부동산회사 사람의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아베(64)는 지난달 센다이에 있는 집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했다.전용면적 30평 가까운 아파트는 1000만엔밖에 받지 못했다.“십수년 전 2000만엔 가까이 주고 산 집이었는데,어차피 살지 않는 집이고 더 떨어질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치웠다.”고 말했다.
●“굳이 집 살 필요 없다.”
노총각 신문기자인 오카베(38)는 “집을 왜 사느냐.”고 되묻는 젊은 세대 중 한 명이다.
도쿄 시부야에서 가까운 방 두 칸짜리 월세집에 살고 있는 그는 월세 13만엔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보통 샐러리맨들이 “월세를 내느니 장기대출로 집을 사 빚을 상환하는 편이 나중에 집 한 칸이라도 남는다.”고 장기대출금으로 집을 샀던 시대는 옛날이 된 것이다. 그는 “좀더 얘기하자면 1995년 고베 대지진을 취재갔을 때 처참하게 무너진 집을 보고,도쿄도 언젠가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굳이 돈들여 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부부가 신문기자인 미치코(29·여)는 두 사람이 합치면 충분히 집을 살 수 있는 연봉인데도 불구하고 “집을 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언제 지방발령을 받아 전근을 가야할지 모르는데다 집을 사더라도 도쿄에는 집을 사고 싶지 않아서이다.
16만엔의 월세집에 두 식구가 살고 있는 그녀는 “다달이 월세를 내느니 집을 사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얘기를 주위에서 듣지만 월세가 아깝다고 해서 덜렁 집을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도큐 주(住)생활연구소가 지난 6월 상장기업에 근무하는 수도권 샐러리맨들의 주택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주택구입 계획이 있다.”는 30대는 30%에 불과했다.
●수요 없어 건설회사들 분양경쟁 치열
호시노(37)도 집을 살 생각이 없는 30대 샐러리맨이긴 하지만 집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무주택주의자는 아니다.그는 “외아들이라 언젠가는 부모의 집을 자연스럽게 물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굳이 이런 시대에 무리해 집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한다.”고 말했다.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주택구입의 추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가네코(43·주부)는 요즘 “집을 사지 않겠느냐.”는 부동산회사의 전화 성화로 귀찮을 지경이다.부쩍 동네에 아파트 신축이 늘어나면서 미분양을 걱정한 부동산 회사에서 전화로 호객을 하는 것이다.
이달 1일부터 신칸센 역이 들어선 시나가와 일대에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아파트 신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도쿄만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부동산회사의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져 공급물량이 교토(京都)의 연간 공급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4000가구 가량에 달해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공급된 신축 주택은 9만 6000가구.교통이 불편하거나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에 아파트 분양광고가 거의 날마다 게재되는가 하면 신문에 끼워넣는 광고지가 하루 10장을 넘는 날도 있을 만큼 판매경쟁이 치열하다.그래서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모든 가구에 온천물을 공급해 구매자를 확보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여건 좋다고 집값 비싼 건 이해 안돼
교육환경이 좋다고 서울의 강남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경우가 도쿄에는 없다.도심에서 가깝거나 살기에 편리함이 부동산 가격을 좌우할 뿐이다.
부동산전문 정보서비스 회사인 ‘도쿄 간테이’의 나카야마 도시아키는 “게이오대학 계열의 사립 유치원은 입학면접 때 어린이가 아플 경우 보호자가 금방 달려올 수 있는지를 묻기 때문에 간혹 근처로 이사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나 학원이 몰려 있다고 해서 그 일대의 집값이 통째로 오르는 사례는 도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marry01@
■슈퍼 샐러리맨 겨냥 호화아파트 ‘양극화'
|도쿄 황성기특파원|거품이 꺼지고,집값이 하락하고,분양가도 덩달아 떨어지면서 일본 서민들에게는 지금이 내집 마련의 기회라는 이야기가 많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서민들이 꿈도 꿔보지 못할 ‘옥션(일본어 억엔과 맨션의 합성어)’이 속속 등장해 서민들 기를 죽이는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올 1월 노무라 부동산이 내놓은 더 하우스 미나미아자부는 130가구의 초호화 아파트이다.꼭대기인 10층에 들어설 425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가격은 12억 7000만엔(한화 127억원 상당).민간기업의 샐러리맨 평균 연봉이 448만엔(일본 국세청 조사)인 일본에서 283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는 ‘억’ 소리 나오는 아파트다.
미쓰이 부동산도 지요타구에 63가구의 15층짜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13억엔에 달하는 초대형·초호화 아파트를 선보였다.1993년 이후 10억엔이 넘는 옥션이 등장하기는 꼭 10년만이다.
부동산 정보서비스 회사인 ‘도쿄 간테이’의 나카야마 도시아키는 “초고가 아파트가 사라진지 10년이 지나면서 부유층의 잠재적인 수요가 높아진 점에 착안,부동산 회사들이 시장조사를 거쳐 이런 고가의 물건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장기불황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전인구의 중류층화’ 신화가 붕괴되고,부가 부를 급속히 증식하는 연수입 몇억엔의 초부유층,연봉 수억엔의 슈퍼 샐러리맨이 등장하면서 분양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작년 수도권에 건설된 9만 6000가구의 주택 가운데 1억엔 이상을 넘는 물건은 670가구(0.7%)에 불과할 만큼 ‘한줌의’ 부자들에 의해 초호화 아파트가 독점되고 있는 것이다.
나카야마는 “50층을 넘는 초고층 빌딩 건축 붐과 더불어 45층 이상에 들어서는 옥션 분양도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높은 층수가 곧 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는 점도 최근 생겨난 특징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스미토모 부동산은 도쿄의 고급주택지인 조후시에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건축연구소가 설계한 61가구짜리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내년 2월에 분양할 이 아파트는 개성을 추구하는 아파트 시장의 다양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이즈미(36)는 올 4월부터 마이홈 족이 됐다.널찍하고 모든 게 새것인 내 집에서 네 식구가 생활하게 된 것에 입주한 지 반년이 지난 요즘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차분히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집에 들어간 돈만큼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지금의 디플레이션이 언제쯤 끝나 집값이 오를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다.뿐만 아니다.집 장만을 위해 은행에서 꾼 장기대출금 2000만엔의 30년 상환도 어깨에 얹혀진 무거운 짐이다.
●“거품 아직 덜 빠졌다.”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즈미는 도쿄와 이웃한 수도권 이바라키현의 비좁아 터진 사택(社宅)에 살다가 “사택생활을 하며 생기는 부인끼리,아이들끼리의 갈등 때문에 못 살겠다는 집 사람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을 지어 이사나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갖고 있던 돈과 부친의 유산을 종자돈으로 사들인 토지 60평에 2층짜리 집을 지었다.어림잡아 4300만엔이 들어갔다.도쿄가 아닌 지방에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평생 이곳에 살 각오를 했다.그러나 집이 완성된 순간부터 집값이 떨어질 각오도 함께 해야 했다.
집을 산 뒤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마스미(40·여).그녀는 3년 전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전철로 20분 떨어진 스기나미 구에 아파트(전용면적 57㎡)를 구입했다.신축 아파트인데다 은행 대출금 없이 현찰로 사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독신이든,결혼하든 집 한 채 지니고 있으면 이리저리 이사다니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은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였다.
직장생활로 모은 돈과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유산,어머니에게서 빌린 돈으로 구입 당시 가격이 4200만엔.그때까지는 좋았다.그러나 얼마 전 지방으로 이주할 일이 생겼다.
가격이나 알아볼 셈으로 부동산회사에 문의했던 그녀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집값이 떨어진 사실을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마침 나고야에서 도쿄로 이사오려는 사람이 있어 3600만엔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부동산회사의 대답이었다.이 회사는 한술 더 떠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작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몇달 지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훈수를 겸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나마 전철 역에서 가깝고,이른바 로열층이라 3600만엔도 제대로 받는 것이라 한껏 스스로를 위로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손해라는 부동산회사 사람의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아베(64)는 지난달 센다이에 있는 집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했다.전용면적 30평 가까운 아파트는 1000만엔밖에 받지 못했다.“십수년 전 2000만엔 가까이 주고 산 집이었는데,어차피 살지 않는 집이고 더 떨어질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치웠다.”고 말했다.
●“굳이 집 살 필요 없다.”
노총각 신문기자인 오카베(38)는 “집을 왜 사느냐.”고 되묻는 젊은 세대 중 한 명이다.
도쿄 시부야에서 가까운 방 두 칸짜리 월세집에 살고 있는 그는 월세 13만엔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보통 샐러리맨들이 “월세를 내느니 장기대출로 집을 사 빚을 상환하는 편이 나중에 집 한 칸이라도 남는다.”고 장기대출금으로 집을 샀던 시대는 옛날이 된 것이다. 그는 “좀더 얘기하자면 1995년 고베 대지진을 취재갔을 때 처참하게 무너진 집을 보고,도쿄도 언젠가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굳이 돈들여 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부부가 신문기자인 미치코(29·여)는 두 사람이 합치면 충분히 집을 살 수 있는 연봉인데도 불구하고 “집을 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언제 지방발령을 받아 전근을 가야할지 모르는데다 집을 사더라도 도쿄에는 집을 사고 싶지 않아서이다.
16만엔의 월세집에 두 식구가 살고 있는 그녀는 “다달이 월세를 내느니 집을 사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얘기를 주위에서 듣지만 월세가 아깝다고 해서 덜렁 집을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도큐 주(住)생활연구소가 지난 6월 상장기업에 근무하는 수도권 샐러리맨들의 주택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주택구입 계획이 있다.”는 30대는 30%에 불과했다.
●수요 없어 건설회사들 분양경쟁 치열
호시노(37)도 집을 살 생각이 없는 30대 샐러리맨이긴 하지만 집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무주택주의자는 아니다.그는 “외아들이라 언젠가는 부모의 집을 자연스럽게 물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굳이 이런 시대에 무리해 집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한다.”고 말했다.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주택구입의 추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가네코(43·주부)는 요즘 “집을 사지 않겠느냐.”는 부동산회사의 전화 성화로 귀찮을 지경이다.부쩍 동네에 아파트 신축이 늘어나면서 미분양을 걱정한 부동산 회사에서 전화로 호객을 하는 것이다.
이달 1일부터 신칸센 역이 들어선 시나가와 일대에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아파트 신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도쿄만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부동산회사의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져 공급물량이 교토(京都)의 연간 공급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4000가구 가량에 달해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공급된 신축 주택은 9만 6000가구.교통이 불편하거나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에 아파트 분양광고가 거의 날마다 게재되는가 하면 신문에 끼워넣는 광고지가 하루 10장을 넘는 날도 있을 만큼 판매경쟁이 치열하다.그래서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모든 가구에 온천물을 공급해 구매자를 확보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여건 좋다고 집값 비싼 건 이해 안돼
교육환경이 좋다고 서울의 강남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경우가 도쿄에는 없다.도심에서 가깝거나 살기에 편리함이 부동산 가격을 좌우할 뿐이다.
부동산전문 정보서비스 회사인 ‘도쿄 간테이’의 나카야마 도시아키는 “게이오대학 계열의 사립 유치원은 입학면접 때 어린이가 아플 경우 보호자가 금방 달려올 수 있는지를 묻기 때문에 간혹 근처로 이사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나 학원이 몰려 있다고 해서 그 일대의 집값이 통째로 오르는 사례는 도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marry01@
■슈퍼 샐러리맨 겨냥 호화아파트 ‘양극화'
|도쿄 황성기특파원|거품이 꺼지고,집값이 하락하고,분양가도 덩달아 떨어지면서 일본 서민들에게는 지금이 내집 마련의 기회라는 이야기가 많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서민들이 꿈도 꿔보지 못할 ‘옥션(일본어 억엔과 맨션의 합성어)’이 속속 등장해 서민들 기를 죽이는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올 1월 노무라 부동산이 내놓은 더 하우스 미나미아자부는 130가구의 초호화 아파트이다.꼭대기인 10층에 들어설 425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가격은 12억 7000만엔(한화 127억원 상당).민간기업의 샐러리맨 평균 연봉이 448만엔(일본 국세청 조사)인 일본에서 283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는 ‘억’ 소리 나오는 아파트다.
미쓰이 부동산도 지요타구에 63가구의 15층짜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13억엔에 달하는 초대형·초호화 아파트를 선보였다.1993년 이후 10억엔이 넘는 옥션이 등장하기는 꼭 10년만이다.
부동산 정보서비스 회사인 ‘도쿄 간테이’의 나카야마 도시아키는 “초고가 아파트가 사라진지 10년이 지나면서 부유층의 잠재적인 수요가 높아진 점에 착안,부동산 회사들이 시장조사를 거쳐 이런 고가의 물건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장기불황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전인구의 중류층화’ 신화가 붕괴되고,부가 부를 급속히 증식하는 연수입 몇억엔의 초부유층,연봉 수억엔의 슈퍼 샐러리맨이 등장하면서 분양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작년 수도권에 건설된 9만 6000가구의 주택 가운데 1억엔 이상을 넘는 물건은 670가구(0.7%)에 불과할 만큼 ‘한줌의’ 부자들에 의해 초호화 아파트가 독점되고 있는 것이다.
나카야마는 “50층을 넘는 초고층 빌딩 건축 붐과 더불어 45층 이상에 들어서는 옥션 분양도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높은 층수가 곧 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는 점도 최근 생겨난 특징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스미토모 부동산은 도쿄의 고급주택지인 조후시에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건축연구소가 설계한 61가구짜리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내년 2월에 분양할 이 아파트는 개성을 추구하는 아파트 시장의 다양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3-10-29 8면